모든 의료기관 비급여 진료비 내역 공개에 대한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주최로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소비자는 알고 싶다, 나의 비급여 진료비용' 미래소비자포럼에서 소비자단체들은 병원급 외에 의원급 비급여 진료비 공개 필요성을 강도높게 제기했다.
복지부는 의료법 개정에 따라 오는 9월 병원급을 대상으로 비급여 자료제출과 32개 공개항목 공개 등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서울대 간호대학 김진현 교수는 "자료제출이 병원급으로 한정되고, 공개항목이 32개로 협소하다. 현황조사 위탁기관에 의료단체를 포함한 것은 과거 의료기관 자율평가와 유사한 실패를 반복할 수 있다"면서 "자료제출 강제조항이 불확실해 의료계와 문제를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진현 교수는 대안으로 비급여 진료비 포함 총진료비 청구서 심평원에 제출과 현황조사 의원급까지 확대, 비급여 현황조사 위탁기관 공공기관으로 한정, 비급여 자료제출 의무화, 소비자 요구하는 비급여 항목 포함 및 세부내역서 표준화와 당연발급 제도화 등을 제언했다.
이어진 지정토론에서 소비자정책교육학회 김정숙 회장은 "의료는 정보 비대칭성이 클 뿐 아니라 소비자가 품질을 평가하기 어려운 특성을 가지고 있다"면서 "비급여는 의료기관 종별 가격과 코드가 제각각이며 소비자와 가족에게 큰 경제적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숙 회장은 "우선, 비급여 가격비교 사이트 구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의료기관도 비급여 가격비교 시대가 왔다. 언제 어디서든 소비자들이 가격비교할 수 있도록 코드를 표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YMCA 신종원 본부장은 "현재 건강보험 보장률이 64%이나 국민이 체감하고 있느냐는 논란 소지가 있다. 이는 비급여를 효율적으로 통제하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다"면서 "비급여 공개는 정책 의지가 중요하다. 올바른 비급여 현황조사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 역시 "비급여는 의료기관의 아킬레스건에 해당한다. 법적으로 고지하도록 되어 있으나 고지된 비용이 정확한지 아무도 확인 안한다"고 전하고 "병원급에 한정한 비급여 공개는 문제가 있다. 의원급도 비급여가 많다. 당연히 의원급을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다만, "비급여 가격비교 사이트는 시간이 들더라도 정확하게 해야 한다. 의료기관별 치료재료 질이 다르다. 자칫 잘못된 정보가 될 수도 있다"며 신중한 사이트 구축을 주문했다.
성균관대 소비자가족학과 이성림 교수는 "외래진료와 입원일수 모두 선진국에 비해 많다. 환자는 검사와 약 처방 모두 의사들이 시키는 대로 한다"면서 "의료비 상승 문제는 의료계 입장에서 합리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비급여 문제에 대해 소비자들은 무력감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강주성 전 대표는 잘못된 의료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정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강주성 전 대표는 "김진현 교수 주제발표는 10여 년 전 제기한 문제다. 한마디로 보건복지부가 일을 안하고 있다. 의료기관에 귀속된 비급여 정보를 밖으로 끄집어내야 한다"고 운을 띄웠다.
강 전 대표는 "행위별 수가 체계에서 비급여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도수치료를 비롯해 마늘주사, 신데렐라 주사 등 다양한 비급여 주사가 무분별하게 성행하고 있다"면서 "마취과 의사 없는 양악 수술 의원과 뭐가 들어있는지 모르는 한의원 한약제 등 의원급을 제외하고 병원급부터 비급여 공개하자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고 단언했다.
강주성 전 대표는 "환자들이 아픈 것을 적절하게 활용해 부당하게 돈을 버는 것은 정부가 관리해야 한다. 정부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복지부의 철저한 비급여 관리를 촉구했다.
복지부도 의원급 비급여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의료기관정책과 정영훈 과장은 "현재 비급여 TF 3개팀이 구성 운영 중에 있다. 비급여 항목 658개와 초과 비급여 45개 등 제도개선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9월말 시행시기에 맞춰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급여가 너무 다양해 표준화가 쉽지 않다. 앞에서 강 전 대표가 지적한 도수치료의 경우 누가 어디서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한데, 항목과 가격만 제시하면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며 "잘못된 비급여 정보가 자칫 덤핑 등 환자 유인행위를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정영훈 과장은 "정부도 의원급 비급여 확대 계획을 가지고 있다. 우선 표본조사부터 해야 한다"고 전하고 "세부내역 공개와 관련, 전문가와 심사평가원 회의를 통해 초안을 마련 중에 있다. 의료계와 소비자단체 등의 공감대가 형성되면 비급여 공개범위 확대는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