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종사자의 결핵 감염 반복은 컨트롤 타워 부재와 시스템의 문제 탓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앞서 지난 18일 서울 양천구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여, 32세)가 정기 건강검진에서 결핵으로 확인돼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천구는 질병관리본부와 서울시 등과 함께 결핵역학조사반을 구성해 이대목동병원에 상황실을 설치했했으며 진단일로부터 3개월 이전인 지난 4월 15일부터 7월 15일까지 전염가능기간 동안 중환아실을 이용한 신생아 160명을 대상으로 특별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의료기관, 특히 면역력이 낮은 영유아와 관련한 기관에서 결핵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사회적인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2014년에는 부산의 산부인과 의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조무사가 결핵에 감염돼 그와 영유아가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으며, 지난해에는 대전 산후조리원에서도 영·유아 20명이 잠복 결핵 진단을 받은 바 있다.
의료기관과 신생아 관리 시설에서의 결핵 발생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컨트롤타워'의 부재와 시스템의 문제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마상혁 과장은 "병원 내 결핵감염을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은 있다"며 "결핵에 감염됐던 의료기관 종사자들은 분명히 중간에 병변이 있었을 것이다. 정기검진 강화를 통해 의료기관 종사자들의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상혁 과장은 "큰 병원은 그나마 낫다. 작은 병원은 안하는 경우가 많고 산후조리원은 심각한 상황"이라며 "환자를 대하는 모든 의료기관 종사자들은 정기적 건강검진 통해서 감염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병원 내 종사자들의 감염관리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마 과장은 "결핵정책을 지금처럼 결핵연구원이나 결핵협회가 주도해선 안 된다. 사공이 너무 많다"며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 그 역할은 질병관리본부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결핵연구원의 경우 예산 쓰고 있지만 결국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고 있고, 결핵환자가 줄어들지 않는 상황에서 결핵협회도 필요없다"며 "조직을 개편해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나머지 산하 기관이 지시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기관 종사자들이 체계적으로 감염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결핵뿐 아니라 새롭게 증가하는 감염질환인 백일해나 A형간염 등에 대해서도 충분한 대비를 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나 병원은 관심있게 보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나마 이대목동병원 같은 큰 병원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결핵환자가 발생하면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지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후폭풍을 우려해 쉬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로 '신고=병원폐쇄'라는 공식 때문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법제이사는 "결핵으로 확진되면 병원이 보건소에 신고토록 의무화돼 있지만 신고를 기피하는 곳이 많다"며 "신고 즉시 역학조사가 들어가면서 입원환자들은 전부 퇴실하고 병원은 폐쇄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간호조무사가 결핵으로 확진됐던 부산 A산부인과의원의 경우 산모를 비롯한 환자 및 보호자들이 거센 비난과 함께 플래카드까지 걸고 항의를 하면서 폐업 직전까지 몰린 적이 있다.
해당 원장은 옥상에서 뛰어내리겠다고 할 정도로 심적 고통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질병관리본부는 직원의 결핵 감염이 확인된 의료기관의 경우 불필요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대책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 에이즈․결핵예방과 관계자는 "신생아의 결핵 예방과 안전도 중요하지만 의료기관에 대한 불필요한 피해도 주의해야 한다"며 "조만간 언론 등을 통해 A산부인과의원 간호조무사의 결핵 감염은 누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는 점과 최대한 위험성이 낮다는 점을 설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완벽하게 피해가 없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이 부분에 대한 대책도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결핵 신고 의무만 있을 뿐 이에 대한 대책은 아직 전무한 상황.
김재연 법제이사는 "물론 원칙이 중요한 것은 맞다"며 "신고 의무화를 위한 의료계의 인식 확대도 그만큼 중요하다. 결핵환자가 오면 신고는 의무이며 미신고시 불이익이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신고 의무가 중요하지만 현 시스템 하에서는 신고 즉시 병원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며 "실제로 산부인과 4곳에서 결핵이 발생한 적이 있었는데 4곳 다 폐쇄하고 말았다"고 토로했다.
때문에 의료기관이 결핵 신고를 제대로 하기 위해선 그에 따른 피해를 상쇄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
김재연 법제이사는 "의료기관의 장은 결핵환자를 성실하게 신고했을 뿐 무슨 죄가 있나"라며 "신고에 따라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피해 부분은 정부에서 보상해야 한다. 보상과 비밀유지에 대한 시스템이 제대로 유지돼야 신고 의무화가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결핵 환자 진료는 정부에서 전담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시스템이라면 어느 민간 의료기관에서 결핵 환자를 받고 싶겠나. 아마 모든 의사들이 다 피하게 될 것"이라며 "결핵환자는 보건소에서 맡아야 한다. 민간의료기관에서 결핵 환자를 확인하는 즉시 보건소로 전원 조치하고 치료 및 격리 등을 보건소에서 전담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