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 수술을 위해 프로포폴 마취를 한지 5분. 환자의 산소포화도와, 혈압, 심박수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의료진은 마스크로 보조 환기를 하고 아트로핀과 에페드린을 주사했다. 또 5분이 지났다. 떨어진 산소포화도와 혈압, 심박수가 수술 전 상태로 돌아오지 않았지만 의료진은 환자가 안정됐다고 보고 척추후궁절제술을 시작했다.
피부를 절개하고 수술 부위 근육을 박리한 후 시암(C-arm)으로 요추 위치까지 확인했다. 그렇게 또 5분이 지났다. 환자의 활력징후가 불안해졌고, 의료진은 결국 수술을 중지하고 응급처치를 했다.
마취부터 수술 중단까지 걸린 시간은 15분. 환자는 현재 뇌손상에 의한 사지마비로 식물인간 상태다.
환자 측 가족은 '의료사고'를 주장하며 법원의 문을 두드렸고 병원은 "프로포폴에 의한 갑작스러운 기관지 경련이 발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법원은 의료진의 과실을 일부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8민사부는 최근 척추수술을 받다 식물인간 상태가 된 환자 조 모 씨의 가족이 경기도 N병원과 수술에 참여했던 의료진, 병원 측 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배상액은 1억9285만원, 배상 책임은 60%로 제한했다.
조 씨 측은 "프로포폴을 맨 처음 투여 후 부작용이 나타났고 활력징후가 정상으로 회복되지 않았음에도 5분만 지켜본 후 수술을 진행했다"며 "이후에도 의료진은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는 것을 발견 못하고 수술을 진행하다 뒤늦게 상태의 심각성을 알았다"고 지적했다.
마취기록지, 진료기록부 주요 '증거'
마취기록지를 보면 수술을 다시 시작했다가 중지할 때까지 혈압과 심박수가 계속 저하돼 있는 상태였다. 수술을 재개한 시점에는 구체적인 수치가 없이 '#'라고만 쓰여 있었다.
진료기록부에는 '갑자기 산소포화도가 측정되지 않았다'고 나와 있었다
재판부는 "저혈압, 서맥, 무호흡은 프로포폴의 가장 위중한 부작용"이라며 "혈압이 상승하고 자발적 호흡이 돌아오고 산소포화도가 충분히 유지되는 등 증상이 해소된 후 수술을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이상 상황이 발생한 후 수술을 다시 진행할 수 있는 여부를 판단할 중요한 측정치를 마취기록지에 썼어야 함에도 그 수치가 없다"며 "마취기록지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진료기록부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충분한 산소 공급이 되지 않아 환자가 저산소증에 빠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내용이라는 감정의의 감정이 있었다"며 "환자에게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는지, 산소포화도가 유지되는지 등에 대한 면밀한 경과 관찰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