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운대에서 일어난 교통사고의 원인으로 뇌전증이 지목되자 대한뇌전증학회가 마녀사냥을 멈추라며 경고하고 나섰다.
객관적인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뇌전증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새기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는 지적이다.
대한뇌전증학회 홍승봉 회장(성균관의대)은 4일 긴급 보도문을 통해 이같이 지적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어 나가자고 당부했다.
홍 회장은 "벨기에 교통국 자료를 인용하면 뇌전증으로 인한 교통사고 상대 위험도는 1.8에 불과하다"며 "이는 생리 기간의 여자 상대 위험도인 1.6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난 반세기 동안 처음으로 발생한 당뇨와 고혈압이 동반된 뇌전증 환자의 교통사고를 마치 뇌전증이 원인인듯 몰아가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이는 뇌전증의 사회적 낙인을 악화시키는 마녀사냥"이라고 못박았다.
이에 대한 근거로 그는 선진국들의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 일본과 유럽, 미국 등 선진국들의 연구를 보면 뇌전증 환자의 교통사고 상대적 위험도는 70세 이상의 고령군이나 20대 젊은 운전자들에 비해 훨씬 낮다는 것이다.
또한 1년간 발작이 없는 뇌전증 환자의 교통사고 상대적 위험도 또한 60세 이상 정상인들보다도 낮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홍승봉 회장은 "뇌전증은 불치병이 아니며 대부분(70%)의 환자는 약물로 조절이 가능해 자동차 운전 등의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며 "이러한 질병이 마치 교통사고의 원인인 듯 과학적 근거 없이 선동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그는 이번 사고를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뇌전증을 포함해 운전중에 의식 소실을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질환에 대해 상대적 위험도를 과학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뇌전증에 대해 객관적인 근거를 마련할 수 있도록 안전 교육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회장은 "뇌전증학회는 뇌전증 환자의 면허 적성 검사시 별도로 안전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자료 개발과 교육 강화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또한 뇌전증을 진료하는 의사들도 철저히 안전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진료지침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이번 사건으로 뇌전증에 대해 과거부터 있었던 사회적 낙인이 심화되지 않도록 정부와 국민들의 적극적인 지원화 참여를 호소한다"며 "아울러 급여기준의 미흡으로 제대로 검사와 치료를 받지 못하는 뇌전증 환자들을 위해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