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안수술을 잘못해 환자를 실명케 한 한 안과의사가 있다. 지팡이를 짚으며 항의를 하러 온 환자에게 이 의사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무릎까지 꿇었다. 여생의 눈 건강은 책임지겠다며 진심을 다해 사과했다. 이 환자는 의사의 진심 어린 사과에 이내 마음을 푼 것도 모자라 경로당에서 치료를 잘한다며 이 의사의 칭찬을 입이 마르도록 했고, 결국 환자 증가로까지 이어졌다.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이하 의변) 이인재 신임 대표(43, 법무법인 우성)가 19일 메디칼타임즈와 가진 인터뷰에서 의료분쟁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 속에서 결국은 소통이 답이라며 들려준 이야기다.
그는 의사가 먼저 "미안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와 배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의변은 최근 정기총회를 열고 이인재 변호사를 신임 대표로 선출하고 5대 집행부를 꾸렸다. 2008년 출범한 의변에는 190여명의 의료소송 전문 변호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의료 사고 불가피한 현실, 가장 중요한 것은 진상 규명"
2년의 임기 동안 그의 첫 번째 목표는 전문가로서 진실에 다가가려는 노력을 하겠다는 것이다.
"의료 사고는 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상 규명이다. 의료사고는 밀실성을 크기 때문에 원인을 찾기가 제일 어려운 문제다. 그래서 '사실(Fact, 팩트)' 정리가 잘 안된다. 하지만 사건을 다루는 사람들은 팩트에 다가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 대표는 일본의 의료문제 변호인단의 활동에서 답을 찾았다. 보건의료 관련 특정 이슈가 있을 때 관심 있는 변호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진실에 다가간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일본 도쿄의 한 안과에서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일본은 100명 정도의 동경의료문제변호인단을 구성해 동경안과의사회의 조력을 받아 진상 규명에 나섰다. 변호인단은 진상조사단, 형사책임단, 민사책임단으로 나눠서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우리나라도 메르스, 다나의원 같은 문제가 생겼을 때 변호인단을 구성해서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전문가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추론을 통해서라도 진실을 밝혀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 공익적 사건에 한해 의료문제 변호인단을 구성해 진상 규명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려고 한다."
'소통'이 답…"미안하다는 말 절대 잘못 된 게 아니다"
이 대표는 의료분쟁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 속에서 결국은 소통이 답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법원, 한국소비자원,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개별 보험사 등에서 다루는 의료사고는 점점 늘고 있는 상황. 이 대표는 이런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병원감염 때문에 입원일이 늘어나 치료비도 더 냈다며 조정을 신청하는 사례를 접했다. 장해가 남는 게 아님에도 분쟁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의료는 예측 곤란한 부분이 있어 획일화된 기준을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법원 판결도 수술 방법이나 치료 방법에서 의사의 재량을 넓게 인정하는 경향이다. 단순히 악결과가 생겼다는 것만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그렇다면 의료분쟁을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의사는 잘못이 있다면 인정하고, 불가항력적인 사고였다면 환자의 아픔을 진심으로 공유할 수 있는 용기와 배포가 필요하다는 게 이 대표의 답이다. 환자는 자신의 증상을 의사와 상세히 공유해야 한다고 했다.
"평소 환자와 의사 관계가 좋다가도 의료사고가 생기면 의사는 주위 변호사의 자문을 받고 뒤로 빠진다. 그리고 병원 직원이 사고를 해결하겠다며 나서며 법대로 하라, 보험사에 문의하라고 한다. 이렇게 하는 순간 환자들은 벽을 느낀다. 이후부터는 의료과실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닌 게 된다. 그래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나서게 되는 것이다."
의료사고가 생겼을 때 의사가 나서지 않는 순간 환자는 병원이 뭔가 은폐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고, 오해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정말 잘못이 있다면 이를 인정할 수 있는 배포와 용기가 필요하다. 불가항력적인 사고였다면 근거를 확실히 보여준 후 최선을 다했지만 악결과가 생겨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진심을 다해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미안하다고 말하는 게 절대 잘못된 게 아니다."
의료사고가 주로 일어나는 대학병원은 전공의가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했다.
"바쁜 인턴, 레지던트들이 익숙지 않은 의료행위를 정신없이 하다가 사고가 많이 생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만들어진 전공의특별법은 환자안전과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전공의가 여유롭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또 의료사고 내용을 공유하면 비슷한 사고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대표는 환자가 있기 때문에 의사도 있는 것이라고 했다.
"변호사도 원고가 있고 피고가 있는 것처럼, 의사도 환자가 있고 의사가 있는 것이다. 의료사고는 의료 인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숨김, 모호함이 있는 사고를 전문가들이 나서서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가도록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