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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뇨기과에 대한 오해

박성우
발행날짜: 2016-09-30 11:16:29

인턴의사의 좌충우돌 생존기…박성우의 '인턴노트'[51]

비뇨기과에 대한 오해

봄에 병동을 거쳐 지방 파견을 다녀왔고 여름에는 수술실과 응급실을 지켰다. 가을에는 병동으로 다시 복귀하였고 겨울이 되니 수술실로 돌아왔다.

이번엔 비뇨기과였다.

비뇨기과에 왜 서젼이?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비뇨기과 하면 남성의 생식기만을 떠올리는 편견 때문일 것이다. 오해와 편견이 많은 과이다.

하지만 콩팥이라 부르는 신장과 방광 모두 비뇨기과의 영역이다. 연말 안부를 묻는 친구에게 요즘 비뇨기과에서 일한다고 했더니 도대체 종합병원 비뇨기과에서는 무슨 일을 하느냐고 되물었다. 성형외과만큼 일반인들의 인식 속에 괴리가 큰 과인 것 같다.

종합병원과 달리 의료 문턱이 낮은 동네 병원을 의료계 안에서는 '개원가'라고 부르는데 개원가에서 '비뇨기과' 하면 남성의 상징 혹은 성적인 측면만 떠올리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발기가 잘 되지 않아요' 혹은 '성적 매력을 극대화하고 싶어요'와 같은 생각을 비뇨기과와 결부시켜 말한다.

물론 성 기능 역시 비뇨기과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영역이다. 하지만 비뇨기과 인턴으로 마주한 이 과의 가장 중요한 소견은 '소변을 잘 보는가'이다. 신장에서 시작해 요관을 지나 방광, 그리고 요도와 생식기를 통하는 일련의 통로가 건강해야 한다.

하지만 같은 통로임에도 소변보다는 다른 측면이 부각되고 있다. 이는 개원가의 많은 비뇨기과에서 '남성수술' 내지 '성 기능 개선'과 같은 단어들을 부각시키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교차로를 지나칠 때면 플래카드에 심심치 않게 그러한 광고를 접한다.

"요즘 비뇨기과 인턴하고 있어."
"오~ 비아그라 그거 젊은 사람이 먹어도 효과 좋아?"

12월 한 달 내내 병원 밖 친구들로부터 들은 말이었다. 만성 신부전 등 다양한 신장 질환을 내과에서 다루고 있고 투석 치료도 받기 때문에 신장 비뇨기과의 영역임이 이해되지 않는 것 같다. 수술하는 분과는 대개 서져리(Surgery)라는 접미사가 붙는다.

예를 들어 일반외과는 제너럴 서져리(General surgery)라 부르고 신경외과는 뉴로 서져리(Neurosurgery), 성형외과는 플라스틱 서져리(Plastic surgery)라 한다. 하지만 비뇨기과는 유롤로지(Urology)라 불려서인지 인턴에게는 서젼의 느낌을 쉽게 풍기지 못했다.

비뇨기과 인턴 4명 모두 수술실에서 스크럽을 섰다. 소변이 나오는 일련의 통로에 수술적 처치를 요하는 모든 질환이 비뇨기과에서 다루어진다. 더 나아가 요실금이나 성기능 관련 질환, 선천성 비뇨기 기형도 다뤄진다. 매일 이루어지는 비뇨기과 수술로는 방광암, 요관암, 전립선암, 신장암 등의 암 수술이 주를 이루었다.

신장 내 결석에 대한 치료 역시 비뇨기과에서 시행되었다. 비뇨기과에 대한 편견이 오죽했으면 수술실 전문의 선생님은 요즘 비뇨기과가 젊은 의사들에게 인기가 없다며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하셨다.

"왜 다들 비뇨기과 하면 이상하게 생각하고 남자 고추만 보는 과라고 생각하는 거야!"

개원가에서 이루어지는 비뇨기과 진료와 종합병원에서 마주하는 비뇨기 진료에 큰 격차가 있다. 비뇨기과에도 외과만큼이나 재미있는 수술들이 많다. 로봇을 이용한 수술이 그것인데 최근 이와 관련하여 의료 사고나 수술 비용 때문에 사회적인 논란이 되고 있어 사람들의 인식이 곱지만은 않다.

하지만 남성의 경우 여성에 비해 골반이 좁아 골반 내 수술을 할 때 집도의의 시야가 좋지 않고 조작이 어렵다. 산부인과에서 행하는 자궁암 수술과 전립선암 수술은 비슷한 위치에서 이루어지지만 많은 차이가 있다.

남성의 골반 내 수술에 로봇 수술이 자주 이용된다. 남성의 대장암 수술이나 전립선암 수술이 그러하다. 아직까지는 여러 가지 논란이 많은 로봇 수술이지만 학생 때 처음 실습하면서 앉아 본 로봇 수술 자리는 무척 신기했다.

3D영상으로 골반과 장기가 입체적으로 보일 뿐 아니라 여러 로봇 팔들이 수술의의 손가락 조종에 따라 긴밀하게 움직였다. 골반 안쪽 좁은 공간에서의 수술에서 꽤 효율적이었다.

최근에는 과거처럼 수술만이 해결책인 경우는 없다. 선별적인 경우에 최소–침습적 접근이라 하여 환자에게 해를 최대한 줄이는 시술이 각광받고 있다.

전립선 비대증이나 요실금 같은 경우 간단하게 방광경 내시경을 이용한 시술도 한다. 요도로 안으로 삽입하는 내시경을 통해 방광 표면에 있는 종양이나 비대해진 전립선을 절제하기도 한다.

여성의 경우 요도로 내시경을 삽입하는 것은 그나마 수월하다. 남성의 경우 요도의 길이가 길고 돌출된 생식기 내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새끼 손가락만 한 내시경이 들어갈 때는 보는 것만으로도 무시무시하다. 국소마취로 진행하는 경우에는 비뇨기과 수술실에 어마어마한 비명이 들린다.

"으아악! 선생님 그만요 그만! 꼬추에 그렇게 막 넣으면 어떡합니까?"

한편으로는 고난도의 수술이 비뇨기과 인턴을 기다릴 때도 있다. 진행된 방광암의 적출 수술이 그렇다. 환자 몸에서 방광을 모두 적출하고 나면 정상적인 오줌보가 없기 때문에 장을 이용해서 인공 방광을 만들어 준다.

새로운이라는 뜻의 '네오(neo)'와 방광을 뜻하는 '블래더(bladder)'를 붙여서 '네오블래더(Neobladder)'라 부르는 이 방법은 일단 수술이 시작되면 10시간은 기본이다. 수술 자체는 신기하고 멋진 수술이지만 10시간 내내 스크럽에 들어가야 하는 인턴으로서는 고역이다.

양쪽 요관을 잘라낸 뒤 후복벽의 대동맥과 주요 혈관들이 쿵쿵 뛰는 사이로 림프절을 다 절개하면 1단계가 끝난다. 이후 요관와 요로를 잘라 내고 방광과 암 덩어리를 적출하면 2단계가 끝난다. 그리고 장을 이용하여 방광을 만들고 그 방광에 두 요관과 밑의 요로까지 이어야 수술이 완성된다.

각 단계별로 해부학적인 구조를 연상하고 말로 하면 쉽지만 실제 수술을 보면 만만치가 않다.

전체 모든 수술 분과 중에서도 10시간을 넘기는 수술은 손에 꼽을 정도다. 아침 11시에 스크럽 들어가서 밤 9시가 다 되어 환자를 회복실로 옮기고 나면 온몸이 녹아내릴 것만 같다.

수술실에 들어서면 모든 인턴이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 학생 실습 때면 수술대에서 2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참관할 때가 많은데 '옵져베이션'이라 부르는 이 수술 참관은 짧은 2시간짜리 수술도 지루하고 재미없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실제 수술팀의 일원으로 스크럽을 서면 이것저것 가까이서 집중하게 되고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

첫 스크럽을 들어갔던 '네오 블래더' 수술도 10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52]편으로 이어집니다.

※본문에 나오는 '서젼(surgeon, 외과의)'을 비롯한 기타 의학 용어들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실제 에이티피컬 병원에서 사용되는 외래어 발음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이 글은 박성우 의사의 저서 '인턴노트'에서 발췌했으며 해당 도서에서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