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항암제 넥시아(NEXIA) 효능을 공개 비판했다가 명예훼손, 모욕죄 등의 혐의로 고소를 당한 충북대병원 내과 한정호 교수에게 벌금형이 확정됐다. 검찰이 상고를 포기한 것.
앞서 청주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구창모)는 정보토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명예훼손, 모욕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정호 교수에 대해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은 1심보다 감형됐다.
한정호 교수가 경찰 수사와 1심 재판 과정에서 개인 블로그에 썼던 글 중 명예훼손 등의 혐의를 받은 글은 총 10건. 한 교수는 이 중 4건의 글에 대해 혐의를 부인했다.
▲넥시아를 파는 한의사 최원철의 약력 ▲국제 암 분야 학술지 '종양학 연보(Annals of Oncology)'에 기재된 논문 관련 글 ▲넥시아, 한방의 탈을 쓴 의료사기 ▲넥시아의 안정성 및 유효성 관련 글 등이다.
이 중 '한의사 최원철의 약력'의 글만 취지를 인정받아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한 교수는 경찰 조사를 받을 때부터 문제가 되는 부분은 자진 삭제했다.
검찰은 무죄 판결을 받은 부분에 대해서도 항소를 했지만 2심 법원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법원이 한 교수에 대해 명예훼손 죄를 적용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한 교수의 표현법이 원색적이었다는 데 있었다.
재판부는 "의사로서 넥시아의 안전성 및 유효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됐다면 학계에서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방법으로 넥시아를 비판하고 검증을 요구해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 교수는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피해자에게 단 한차례의 질의도 하지 않은 채 오로지 자신의 생각과 주변의 풍문만을 근거로 원색적인 비난이 담긴 표현을 서슴없이 사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2심 법원은 1심 판결이 너무 과하다고 봤다. 이번 사건은 '지극히 단순한 형태의 명예훼손 내지 모욕 사건'이라는 것이다. 다른 여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 사건'과 다르게 평가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
재판부는 "한 교수의 표현방법, 수단과 피해자에 대한 비판과 비난의 정도가 용인할 수 없는 수준으로서 범죄 성립에 이르렀다"면서도 "암환자에게는 더욱 확실하게 검증된 약을 사용해야 한다는 목적으로 범행에 이르렀다. 범행동기에 일부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 교수는 그동안 의료계의 문제점을 비판하기 위한 목적으로 블로그를 운영해왔고, 임상의사로서 나름의 판단으로 안전성 및 유효성 검증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약의 위험성을 지적하기 위해 시작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