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 취소가 결정되자 일선 병원들과 전문가들은 개선책 마련은 뒤로한 채 정부가 모든 책임을 해당 병원 몫으로만 돌리가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20일 중증외상 소아환자 사망사건에 따른 중앙응급의료위원회를 개최하고, 전북대병원은 권역응급의료센터, 전남대병원은 권역외상센터의 지위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을지대병원은 권역외상센터이라는 지위는 유지하되, 향후 6개월의 평가를 거쳐 지정취소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지정 취소에 따라 전북대병원과 전남대병원은 권역응급의료센터와 권역외상센터에 따라 지급되던 수가와 보조금은 앞으로 중단된다.
권역응급의료센터의 경우 실질적인 정부 지원금은 없었지만, 권역외상센터는 복지부가 지정 초기 시설·장비비 80억원과 함께 개별 인건비를 전문의 1인당 1억 2000만원의 지원이 끊기게 되는 것이다.
다만, 복지부는 전북대병원과 전남대병원의 지정을 취소하지만 향후 6개월 뒤 개선노력을 평가해 재지정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즉 지정을 취소하지만 재지정을 위해선 전라도 지역 의료 공백이 없도록 기존처럼 응급의료와 외상센터 역할을 해야 재지정을 받을 수 있다고 복지부가 전북대병원과 전남대병원에 무언의 압박을 한 셈이다.
이에 따라 전북대병원은 권역응급의료센터 취소에 앞서 150억원의 자체예산을 쏟아 부은데 이어 전남대병원도 권역외상센터의 지위는 잃었지만 계속해서 지역 내 의료공백을 우려해 외상센터 역할을 계속 이어갈 뜻을 밝혔다.
전남대병원 안영근 기조실장은 "정부에서 지원금을 주던 안주던 전남대병원은 아시다시피 지역 내의 대표병원이다. 지정이 취소됐다고 해서 외상센터 역할을 하지 않으면 지역의 의료공백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안 기조실장은 "지원금을 주지 않더라도 외상센터로서의 역할을 계속 할 것"이라며 "그동안 외상센터로서의 투자와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는데 아쉽고, 답답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악법도 법이라고 군말 없이 준수했는데…"
일선 병원들은 복지부가 개선 대책은 뒤로 한 채 오직 해당 병원 책임 지우기에만 몰두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복지부는 전북대병원과 전남대병원, 을지대병원의 지정취소 및 지정취소 유예 결정과 함께 연내까지 응급의학회와 대책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적으로 환자 전원조정센터의 조정 기능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해 권역 간 전원은 원칙적으로 전원조정센터에 의뢰해 우선 조정하고, 권역 내 조정은 지역 내 네트워크를 활용하거나 필요시 전원조정센터에서 조정하기로 했다.
중앙응급의료위원회에 참여한 응급의학회 양혁준 이사장(가천의대 길병원)은 "소아환자 사망사건으로 인해 복지부가 해당 의료기관 징계에만 집중하는 것 같다"며 "복지부 입장에서는 이번 사건에 따라 의료기관들이 경각심을 갖게 하겠다는 차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기관의 책임도 책임이지만, 왜 이러한 사태가 벌어졌는지 시스템 개선책 마련이 먼저"라며 "복지부와 연말까지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일각에서는 정부가 '벌을 줘서 해결하려 한다'는 비판까지 쏟아내고 있다.
지방의 A대학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외상인력 양성은 어려운 일인데 아직까지 교육 양성제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신분의 문제나 지속적인 인력 대체 등에 대해서도 계획이 허술한 상태"라며 "이런 문제들이 계속 나타남에도 (정부는) 오직 책임을 해당 병원 몫으로만 돌리고 있고 악법도 법이라고 병원은 군말 없이 따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하루 빨리 외상센터 강화를 위한 전공의 제도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우선적으로 지역기반 외상시스템을 확보해야 하고, 지역에 환자를 적절히 나눠 이송하는 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며 "인력양성 문제도 있는데 비슷한 연령의 젊은 의사들로만 외상센터가 채워진다면 이 인원들이 계속 외상센터를 운영하는 구조가 되므로 인력 정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력은 피라미드식 구성이 되도록 하는 것이 좋은데, 전공의 제도를 도입하거나 보다 긴 안목으로 연차적 인력을 늘리는 구조가 돼야만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