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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복수의료기관 개설 소송…불법 MSO 통로되나

발행날짜: 2016-10-24 12:01:59

의료법 위반 두고 엇갈린 법원 판결에 건보공단 "839억 환수 위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고등법원의 형사·행정 소송에서 엇갈린 판결로 인해 복수의료기관 839억원 환수처분이 취소될 위기에 놓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건보공단은 이번 판결로 불법 병원경영지원회사(MSO), 이른바 변형 사무장병원 운영의 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건보공단은 24일 지난 달 서울고등법원 행정소송에서 동일한 당사자의 동일한 쟁점사항에 서로 다른 판결(서울고법 2014누69442)을 내림에 따라 복수의료기관 개설로 환수한 839억원이 결정 취소될 위기에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복수의료기관 운영은 위법하다는 의료법 제33조 제8항이 적용돼 건보공단은 관련 부당이득을 환수해왔지만, 이번 고등법원 판결로 인해 앞으로 이러한 환수조치가 차질이 빚어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로 이번 고등법원 판결은 기존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2.1.27. 선고 2011두21669)에서 '의료법을 위반해 적법하게 개설되지 아니한 의료기관에서 요양급여를 행하여졌다면 해당 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를 청구할 수 없다'는 판결과 모순된다.

더구나 같은 고등법원에서 동일 쟁점으로의 형사소송에서는 '의료법 제33조 제8항(복수의료기관 개설)'을 위반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행위는 '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의 부당한 방법'에 해당돼 지급된 요양급여는 부당이득에 해당되고, 건보공단에서 '아직 지급 되지 않은 비용을 거부할 수 있다.(서울고등법원2014.12.23. 선고 2014누57449)'라는 판결에도 엇갈린다.

하지만 지난 달 고등법원은 형사소송을 통해 처벌까지 받은 이번 사안에 대해 '비용을 지급받을 수 있고, 부당이득으로 환수해서는 안 된다'는 엇갈린 판단을 한 것이다.

그동안의 대법원 및 고등법원의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형사처벌 규정도 없는 더 가벼운 사안에 대해선 비용환수가 적법하고, 더 중한 사안에 대해선 비용환수가 위법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법제사법위원회)은 "의료법상 의료인의 이중개설 금지는 의료인의 복수 의료기관 운영으로 과잉진료(의료인 개인별 실적 관리로 인센티브 지급), 무리한 경쟁에 따른 리베이트 수수 등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고등법원 판결은 다른 개설기준 위반 의료기관 판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불법 MSO 창구로 악용될 수 있다"

건보공단은 이를 계기로 위법한 MSO 운영의 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MSO(병원경영지원회사)란 의료행위 외에 병원 경영 전반에 관한 서비스, 즉 구매·인력관리·마케팅·회계 등의 병원경영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의미한다.

현행법상 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과 운영을 지원하는 MSO는 합법적으로 허용된다. 다만 의료인이 둘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운영하면서 이를 주도적으로 지배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지는 실질이 없는 형식상의 회사, 이른바 '페이퍼 컴퍼니'는 허용되지 않는다.

즉 개설 명의 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과 운영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하는 MSO는 위법하는 것이다.

건보공단은 이러한 합법적인 MSO 외에 이번 판결로 인해 비의료인이 의료인을 고용하는 단순 형태에서 영리 추구형 사무장병원(의료인이 의료생협을 설립하여 다수 의료기관 개설, 의료인이 지분투자형 MSO 설립 후 다수 의료기관 개설 등)인 불법 MSO가 등장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서울고등법원이 사실심에서 최고법원임에도 상급심과 동일 사건 당사자에 대한 모순된 판결로, 현재 진행 중인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 복수의료기관 개설에 대한 위헌소원과, 사회적으로 문제되고 있는 다른 사무장병원 소송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복수의료기관 개설로 환수 결정한 839억원의 결정이 취소될 수 있다"며 "여기에 위법한 MSO 운영의 길을 터줄 수 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