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 등 특수의료장비 설치 및 운영을 위해서는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 1명 이상을 둬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의료법에 근거해 마련한 특수의료장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이다.
8일 일선 개원가에 따르면 해당 규정이 규제를 위한 규제일 뿐, 실효성이 없는데도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복지부 고시를 근거로 현지조사, 현지확인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A중소병원 원장은 "실효성이 없다. 사문화된 법"이라고 잘라 말하며 "과거에는 기기들이 안 좋아 정도 관리가 필요했는데 최근에는 기계 자체가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원에서 근무하는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주1회는 다른 병원 가서 일한다고 하면 어떤 병원장이 좋아하겠나"라고 반문하며 "또 개원의가 비전속전문의로 일한다고 했을 때 얼마나 받고 움직일지도 모르겠다"고 현실을 설명했다.
서울 B내과 원장은 "비전속 전문의가 있다고 기기의 질관리가 된다고 볼 수 없다"며 "비상근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1주일에 한 번 해당 병의원에서 촬영기기를 점검하고 관리 감독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고 털어놨다.
이어 "영상의학과 전문의 면허를 대여해 수수료처럼 임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이 관례"라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 10월 건보공단 및 심평원 국정감사에서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의 지적과도 일맥상통한다.
당시 김 의원은 유방촬영기기가 특수의료장비로 구분돼 불필요한 인력과 비용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유방촬영기기가 일반 X-ray와 다를 게 없음에도 CT나 MRI 처럼 특수의료장비로 지정돼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
대한유방암학회에서 실시한 설문조사만 봐도 비상근 영상의학과 전문의 90% 이상은 해당 병의원에 1년에 한 번 가거나 아예 가지 않는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경호 부회장은 "2012년 기준 특수의료장비는 5580개로 집계됐지만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3000명이 안된다"며 "부족한 인력으로 특수의료장비를 관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시가 존재하는 만큼 현지조사 대상이 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 부산의 한 병원은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비전속 근무를 하지 않아 약 1년 4개월치의 CT 관련 요양급여비 5870만원에 대해 환수처분을 받고, 건보공단과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대한의원협회 윤용선 회장은 "비전속 의사라고 이름만 올려놓고는 제대로 운영하지 않는 게 현실이지만 현지조사나 현지확인 대상이 됐을 때 근거가 없으면 환수처분 등을 당할 수 있다"며 "정부는 비전속 영상의학과 의사가 주 1회 근무했다는 근거를 달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의원협회는 대한의사협회에 해당 조항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건의 한 상황. 의협 역시 문제를 인식하고 정부와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회장은 "대한영상의학과의사회 등과도 논의가 필요한 문제라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면서도 "고시에 비전속 전문의 역할을 명기하고 기기의 질 컨트롤을 굳이 출근해서 할 필요 없이 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