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면 호스피탈리스트 지원자가 늘어날 것이라던 내과학회의 주장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일까.
수차례 호스피탈리스트 채용에 애를 먹었던 서울대병원에 젊은의사들이 지원의사를 밝히면서 변화를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다만, 서울대병원에 국한된 움직임인지 병원계 전체로 확산될 것인지는 내년 초쯤 명확해질 전망이다.
최근 서울대병원 김수웅 교육인재개발실장(비뇨기과)은 "앞서 수차례 호스피타리스트 채용 공고를 내고 지원자가 없었는데 최근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면서 "병원 측에서 공식적으로 채용공고를 낸 것은 아니지만, 내부적으로 지원의사를 밝힌 의사가 5명 정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호스피탈리스트를 시행하려면 병동 등 준비작업이 필요해 시간이 걸리겠지만 조만간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앞서 서울대병원은 외과에 대해 호스피탈리스트 시범사업에 참여했다. 하지만 내과는 수차례 채용공고를 내고 독려했지만 지원자를 찾지 못해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못했다.
게다가 호스피탈리스트 5명을 채우기 전에는 시행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고수하느라 더욱 지지부진했다. 전공의 특별법 및 내과 3년 단축을 감안하면 5명이 한팀으로 돌아가야 당직 스케줄이 나오기 때문이다.
좀처럼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서울대병원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만큼 지지부진한 호스피탈리스트 시범사업의 대반전 가능성이 엿보인다.
지원자 늘어난 요인 '내과 3년 + 병원 내 인식 변화'
이처럼 돌연 지원자가 늘어난 배경에는 내과 3년 단축 이외에도 병원 내부적으로 호스피탈리스트라는 직군에 대한 인식 변화 등 여러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수웅 교육인재개발실장은 "기존 주치의 개념이 강했던 교수들이 입원환자에 대해 호스피탈리스트에게 재량권을 주자는 데 합의하는 등 인식의 변화가 있었다"고 전했다.
서울대병원은 불과 몇개월 전까지만 해도 '내 환자'라는 인식이 강했다. 호스피탈리스트가 있다해도 전임의 혹은 전공의 역할과 다를 게 없는 당직의사에 그쳤고, 그러다보니 지원하는 의사가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내 환자'가 응급실로 오더라도 (심장내과, 내분비내과 등 각과에 자문을 구할 뿐)호스피탈리스트 주축으로 입원 절차를 밟기로 했다.
병동 내 위급상황에 대해서도 호스피탈리스트 중심으로 치료하고, 그의 판단에 따라 필요하면 각 세부분과 교수의 자문을 구해 치료를 결정하는 식으로 바뀔 예정이다.
즉, 호스피탈리스트를 또 다른 분과의 교수로 인정하게 된 셈이다.
또한 내과 3년 단축도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김수웅 실장은 "지금까지는 호스피탈리스트가 안정적인 직업이 아니라는 인식이 강해 지원을 꺼린 것 같다. 내과 3년 단축 및 병원 내부적인 변화가 맞물리면서 젊은의사들이 직업으로서 안정성을 느끼기 시작한 것 같다"고 봤다.
서울대병원 한 내과 교수는 "지원자들의 직업적 불안감이 해소된 결과라고 본다"면서 "오히려 일찌감치 호스피탈리스트가 되서 교수직을 노려보겠다고 생각하는 젊은 의사도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 또한 이 같은 변화의 요인을 내과 3년 단축과 함께 병원 조직의 변화 즉, 호스피탈리스트 제도에 대한 인식 전환이 크게 작용했다고 봤다.
그는 "우수한 인재가 지원하도록 하려면 직업적 안정성과 함께 그들에게 비전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면서 "이를 위해선 조직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존 내과에서 별도의 조직을 만드는 것은 내부적인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면서도 "교수들도 의료현실에서 호스피탈리스트가 피할 수 없는 방향이라는 데 공감하는 만큼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