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에도 국내 내수경기 부진이 지속돼 제약사 영업환경이 크게 개선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상업성 있는 신약개발의 난관 등의 이유로 2017년에도 개량신약과 제네릭 등 자체 제품개발에 집중하는 한편으로는 정부 규제를 덜받는 OTC나 화장품 등에 사업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23일 SK증권 하태기 연구원은 2017년 제약산업 보고서를 통해 제약산업 영업환경은 내년에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하 연구원은 "국내 내수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제약사 영업환경이 크게 개선되지 못할 전망이다"며 "주요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지속되고 수출증가세도 둔화되고 있어 소비가 위축될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의약품 수요도 부진할 수 밖에 없다"며 "2017년 의약품 수요는 고성장하기 보다 안정적이지만 낮은 성장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국 의약품 시장은 국내 생산액 기준으로 4~5% 성장 지속이 관측되지만 국내 의약품시장은 해외 도입의약품 비중이 높아지면서 내수 생산기준으로는 성장률이 높지 않다는 게 그의 판단.
특히 노인인구의 증가에 따른 의약품 수요 증가는 피할 수 없어 의약품 수요는 수량기준으로는 성장세를 기록하겠지만 정부규제와 일부 가격경쟁 효과로 가격인하가 같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태기 연구원은 "2015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의 13.1%로 2020년에는 15.7%, 2030년에는 24.3%에 달할 것이다"며 "2017년 의약품시장은 이러한 트렌드 내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이다"고 밝혔다.
외형 성장과 내적 수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제약사들이 해외시장 공략과 일반약 비중 확대 전략을 펼친다는 전망도 나왔다.
하 연구원은 "외형성장에 한계를 느낀 제약사 중에서 정부규제를 덜 받은 OTC, 피부과 약품, 화장품 등에 대한 사업을 확대해 외형성장을 추진하는 경우가 증가할 것이다"며 "파머징 중심 해외시장 진출 증가도 관측된다"고 예상했다.
그는 "국내 의약품시장의 경쟁 심화와 제네릭 의약품의 약가하락, 오리지널 의약품 특허만료시 약가인하 등으로 성장의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며 "따라서 R&D투자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제약사는 비ETC사업에서 성장기회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R&D 비용을 크게 늘리지 않으면서 OTC나 음료, 화장품, 피부/미용, 생활건강 등 비 ETC사업에 집중해 매출을 확대하고 수익성을 개선하는 제약사도 한 부류를 이룰 것이다"며 "대웅제약도 나보타 개발을 통한 비건강보험 대상 제품의 성장 전략을 추진 중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ICH(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 가입으로 해외 수출에 대한 관심이 더 증가할 것이다"며 "대웅제약이나 종근당와 같이 동남아시아 파머징 국가에 해외 법인이나 공장을 설립해 해외 매출을 확대하는 제약사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에스티팜, 유한화학 등과 같은 제약사에서 다국적 제약사향 의약품원료(API) 수출 급증과 바이오시밀러 수출 증가, 녹십자·LG생명과학의 백신매출 비중도 높은 상황을 고려하면 2018~2020년경 파머징시장내에서 한국 의약품 매출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하 연구원은 "한국 제약사가 선진국에서뿐만 아니라 파머징시장에서 큰 성과를 창출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주식시장에서 제약사 R&D부문에 대한 신뢰도 회복이 관건으로 의미있는 임상 성과가 현실화될 경우 제약주의 반등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