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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의무 지키려 깨알같은 설명서 나눠주면 환자에게 좋을까?"

손의식
발행날짜: 2016-11-24 12:50:54

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이현석 회장 "법적 강제 아닌 의사 자율성에 맡겨야"

최근 의료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된 설명의무법이다. 설명의무법은 전문위원 검토를 거치면서 조정안을 마련, 적용 범위를 전신마취·중대한 수술·수혈 등 3개 항목으로 제한하고 위반시 처분도 의사면허 자격정지 조항은 제외시켰다.

하지만 설명의무 위반시 징역 1년 혹은 벌금 1천만원에 처한다는 형사처분 조항은 그대로 남아있다는 점에서 의료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심지어 국회에서조차 의료인 처벌만 강화한 법안이라고 재논의를 주문하고 있지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등 시민단체 측에서는 강한 처벌을 담은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설명의무 위반시 징역형이 법제화될 경우 어떤 문제들이 우려될까. 또 의사와 환자의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어떤 것일까. 메디칼타임즈는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이현석 회장을 통해 자세한 생각을 들어봤다.

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이현석 회장
설명의무 위반시 징역형, 무엇이 문제인가.

의사의 설명 의무가 처음 문제가 된 것은 1970년대다. 의료과실이 있을 경우 검사들이 의료를 잘 모르다보니 가장 손 쉬운 것으로 설명의무 위반을 많이 지목해 처벌하려 했다.

설명의무는 형사보다는 민사로 가는게 바람직하다. 법에서 커다란 원칙 중 하나가 법조문이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설명의무를 어디까지로 봐야 하는지의 구체적인 문제가 나올 수 있다. 두 의사가 똑같이 설명하고도 한명은 유죄, 다른 한명은 무죄가 될 수 있는 소지가 크다. 또, 십만명 또는 백만명 중 한명 정도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을 설명않아서 설명의무 태만으로 징역을 받아야 하느냐는 문제도 있다.

설명의무 위반으로 징역형을 내리는 것은 외국에서조차 사례가 없는 일이다. 아주 심각한 부작용을 이야기 하지 않았을 때 벌금형 정도는 가능할 지 몰라도 징역형이란 의사면허 박탈에 해당하는 처벌인데, 의료행위의 잘못도 아닌데 오로지 설명에 대한 모호한 기준만으로 징역형을 내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설명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봐야 하나. 또, 의료행위와 관련한 모든 것을 환자에게 설명한다는 것이 가능한가.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핵심적인 부분을 위주로 설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의약품 설명서를 보면 깨알같이 작은 글씨로 몇페이지에 달한다. 설명의무법이 통과되면 설명 행위도 그런 식으로 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환자가 설명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백명 중 한명 발생할 수 있는 문제와 십만명 중 한명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환자가 어떻게 구분하겠나.
예를 들어 맹장수술 하나 하는데도 마취부터 출혈, 복막염, 장출혈 등 모든 것을 다 설명해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환자들이 맹장수술 하나에도 지레 겁을 먹고 수술을 거부하거나 패닉에 빠질 수 있다.

설명이란 중요한 것을 강조하고 덜 중요한 것은 환자를 안심시켜야 하는데 만일 이 법대로 한다면 깨알같은 의약품 설명서처럼 가게 될 것이 우려된다.

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입장에서는 환자에게 설명을 잘해줘야 한다는 것이 일관된 입장이다. 설명을 잘 하기 위해선 스킬이 필요하고 경중이 필요한데 법으로 규제하다보면 그게 무너질까 걱정이다. 법으로 강조하는 것보다 자율성을 가지고 가는게 맞다.

의료라는 특성에 비쳐볼 때 정보의 비대칭성에서 환자는 늘 불리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환자와의 분쟁을 없애고 환자가 만족할 만한 커뮤니케이션이란 어떤 것일까.

커뮤니케이션을 다른 말로 하면 역지사지다. 상대 입장을 생각해주고 배려해주고 공감하는 것인데 결국은 교육으로 하는 수 밖에 없다.

올해부터 연수평점에서 의료인문학을 1점 이상 이수토록 돼 있다. 교육을 더 강화하기 위해 의료인문학 평점을 늘리거나 교육을 반드시 듣도록 하는 방안도 있다.

의료인문학 교육을 통해 설명을 잘하게 되면 의사에게는 두가지 이점이 있다. 첫째로 의료사고나 의료분쟁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환자한테만 득이 되는게 아니다.

둘째는 의료인문학에 관심을 갖다보면 사고가 풍성해지는 면도 있다. 결국 처벌보다는 교육을 통해 의사 스스로 자율적으로 환자와 소통하게끔 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바람직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