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산소 뇌손상으로 장해를 얻은 아이와 부모에게 2억여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산모와 태아에 대한 관찰을 소홀히 해 제왕절개가 늦어졌다는 이유에서다. 태아심박동에 대한 기록이 전혀 없는 105분의 시간이 재판에서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재판장 이창형)는 저산소 뇌손상으로 장해를 얻은 태아와 그 부모가 강원도 M산부인과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의사들의 책임을 30%로 제한하며 2억4031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사건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만 34세의 초산모인 임신부 A씨는 임신35주차에 복통, 구토 증상을 호소하며 평소 산전 진찰을 받던 M산부인과를 찾았다.
A씨의 분만을 담당했던 산부인과 전문의 B씨는 A씨에게 태아심음감시장치를 부착하고 태아심박동을 확인했다. 그 결과 7~8분간 만기태아심박동감소 소견이 있었다.
10분 후 태아심음감시장치로 태아심박동을 다시 확인했더니 감소 소견이 나타나지 않았다. 다시 35분이 지나서 의료진이 태아심박동을 확인했더니 분당 120~160회로 정상범위로 유지되고 있었다. 산모도 복통을 더이상 호소하지 않았다.
B씨는 A씨에게 하루 정도 입원해서 더 관찰해보자며 권하고는 외래진료를 하러 갔다.
그리고 1시간 45분이 지났다. 산모가 다시 복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A씨가 분만실에 머물러 있던 105분 사이, 산모의 상태나 태아심박동 양상에 관한 기록은 전무 했다. 태아심음감시장치를 통한 심음감시그래프(모니터기록지), 진료기록지, 간호기록지에 어떤 기록도 없었다.
의료진은 산모가 복통을 다시 호소하자 태아심박동을 모니터했고, 결국 응급제왕절개술을 진행했다. 태아는 출생당시 체중이 1.99kg이었고 출생 직후 심박동수가 분당 70회로 울음이 없었으며 모로반사능력이 떨어지고 청색증이 동반된 상태였다.
의료진은 앰부배깅을 통해 산소공급을 하다가 기관내 삽관을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상급병원으로 전원을 결정했다. 현재 아기는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사지와 몸통에 근긴장성 부전마비가 발생했고 인지, 언어 등 각종발달이 지연된 상태다.
A씨 측은 "산모와 태아에 대한 관찰 소홀로 제왕절개가 늦어져 태아의 저산소증을 초래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의료진은 기록을 특별히 하지 않았다는 것은 정상적인 상태였다는 것이라며 반박했다.
하지만 법원은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저위험군 산모는 30분마다, 고위험군 산모는 15분마다 태아심박동 확인 및 관찰이 요구된다"며 "산모가 이상증상을 호소했고 NST 검사결과 만기태아심박동 감소가 관찰됐다. 입원 후 상태를 계속 지켜보기로 했으므로 A씨는 면밀한 감시가 필요한 고위험군 산모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시간 45분동안 태아심음감시장치기록지, 경과기록지, 간호기록지 등 어떤 진료 자료나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계속 주의깊게 태아심박동수를 관찰했다면 제왕절개수술 결정을 더 서둘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태아심음감시장치에 따른 결과지를 계속 출력할 의무는 없다고 하더라도 105분동안 적어도 몇번에 걸쳐 심박동 변화 양상을 기록할 의무는 있었다"며 "병원 규모나 의료진 수준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이례적이어서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