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병상 간 이격거리 0.9m를 제외한 입원실 및 음압격리 병실 기준을 강행하고 있는 가운데 병원계는 당장 병상 수 감소에 따른 경영난을 우려하고 있다.
13일 병원계에 따르면 정부가 메르스 후속 대책으로 감염관리 기준을 강화하면서 병상 수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 각 병원들은 이에 따른 재정난을 호소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규개위에서 병상 간 이격거리 중 벽에서 0.9m는 삭제했지만 병상 간 1.5m와 병실 당 4인실(요양병원 최대 6인실)으로 제한했으며 300병상 당 음압격리 병실 1개를 설치해야한다는 안을 통과시켰다.
이를 두고 수도권 A대학병원장은 "현재 800여병상 규모인데 정부가 제시한 병상 기준에 부합하려면 100병상 가깝게 줄어든다"면서 "취지는 100%공감하지만 재정적 부담이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제도 취지는 공감하지만, 병상 규모가 감소한 만큼 병원 수익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 제도를 반길 수만은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재정적으로 더 열악한 중소병원의 우려는 더욱 심각하다.
경기도 모 중소병원장은 "현재 병원 증축을 추진 중인데 당장 어렵게 됐다"면서 "앞으로 다른 중소병원들도 증축 및 신축은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기존의 병원은 수익금을 병원에 재투자함으로서 시설 및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여왔는데 앞으로는 어렵게 됐다"고 덧붙였다.
병원계는 제도의 취지는 공감하는 만큼 제도 자체를 거부하기 보다는 제도를 추진하는데 재정적 지원을 해달라는 점에 초점을 두고 있다.
상급종합병원협의회 임영진 회장(경희의료원장)은 "시뮬레이션 결과 정부가 제시한 병실 기준에 맞추려면 약 10%의 병상 수 감소가 예상된다"면서 "그에 따른 수익 감소는 오롯이 병원의 몫"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병원 상당수가 현금 보유력이 없는 상황에서 병상 기준에 발맞추는 것 자체가 어렵다"면서 "의료기관에 대한 무이자 융자 등 다양한 재정적 지원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대한병원협회 유인상 총무부위원장은 "병원이 제도에 발맞춰 갈 수 있도록 시설 투자에 대한 지원을 해주던지 시행 시점을 연장하는 등의 고려가 필요하다"면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기간을 정하고 그에 맞추라는 식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