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적으로 몸 안의 장기들이 제 기능을 하고 있으면 '펑션'한다고 표현한다. 예를 들어 심장이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면 "심장의 펑션이 떨어집니다" 혹은 "심장 펑션이 안 좋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 말을 그대로 인턴에게 적용할 때도 있다.
일을 잘하는 인턴은 펑션하는 인턴이 된다. 동시에 펑션에는 접미사를 붙인 논펑션(Non-function)과 말펑션(Mal-function)의 단어가 파생한다.
'논펑션'은 단어 그대로 무기능인 상태고 '말펑션'은 엉뚱하고 해가 되는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인턴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으면 논펑션 인턴이다. 제 딴에는 일을 하지만 사고만 치고 있을 때는 말펑션한다고 표현한다.
"누구는 논펑션이면 그래도 남들한테 해라도 안 끼치지, 얘는 말펑션이라 가는 곳마다 문제가 생겨." 우리끼리 깔깔대며 웃는다.
옵세
의대 시절, 공부에 집착하는 일인자들을 '옵세'라고 일컬었다.
성적이 떨어질 것이라는 불안감, 공부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보이는 우등생 질환 중 '옵세시브(Obssesive)'의 앞 두 글자를 따서 '옵세'라고 불렀다. 꼭 안 해도 되는 공부를 하거나 열심히 안 들어도 되는 수업마저 기를 쓰고 열심히 듣는 학생들이 옵세를 표방했다.
환타
'환타'라는 말이 있다. '환자를 탄다'는 표현을 줄인 것이다.
특별히 그 인턴이 담당하는 병동에만 병동잡이 많다거나 혹은 그 인턴이 당직 근무 날에만 환자들 증세가 불안정해져 갑자기 일이 폭주하는 경우 '환자를 탄다'고 표현한다. 그리고 환자를 타는 대표적 인턴은 '환타'가 된다.
같은 과 당직임에도 밤 11시 이후 콜이 하나도 없어서 아침까지 푹 자는 동기가 있는 반면 오밤중에도 10분이 멀다 하고 콜이 와서 새벽 2~3시까지 머슴같이 일하는 동기가 있다. 환타 인턴은 삶이 고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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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 나오는 '서젼(surgeon, 외과의)'을 비롯한 기타 의학 용어들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실제 에이티피컬 병원에서 사용되는 외래어 발음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이 글은 박성우 의사의 저서 '인턴노트'에서 발췌했으며 해당 도서에서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