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두고 급작스레 불거진 성분명처방 논란으로 또 다시 의료계와 약계가 격돌하고 있다.
약사회가 또 다시 리베이트를 명분으로 성분명 처방을 강조하자 의료계가 선택분업제도로 맞불을 놓으며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는 것.
역시나 포문은 약사회가 열었다. 최근 발표된 건강보험제도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성분명 처방 도입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약사회는 "국민의 53.6%가 성분명 처방이 바람직하다고 응답했다"며 "국민들도 처방의약품에 대한 선택권을 보장받기를 원한다는 뜻"이라고 운을 띄웠다.
하지만 논리는 10여년째 변한 것이 없었다. 성분명 처방을 하게 되면 리베이트를 막을 수 있으며 이는 곧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 감소와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약사회는 "성분명 처방이 시행되면 의료비 부담 감소와 건보재정 안정화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며 "조속히 법을 개정하는 동시에 우선 국공립병원과 보건소 등 공공의료기관부터 우선적으로 성분명 처방을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자 의료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시작은 서울시의사회가 끊었다.
서울시의사회는 이러한 성명이 발표되자 즉각 관련 성명서를 내고 성분명 처방이 정부와 약사간에 사익 추구를 위한 로비와 밀실 행정의 결과물이라고 반발했다.
또한 53.6%의 조사 결과가 과연 찬성의 뜻인지로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의사회는 "국민인식조사가 과연 적정한 인원과 대상을 선정해 이뤄진 것인지도 의문이며 설사 공정하다해도 절반 밖에 안되는 수치를 가지고 마치 국민들이 성분명 처방을 찬성하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약사들의 만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약사들은 계속해서 접근성과 과잉처방을 주장하는데 약품 구입의 불편함을 없앤다면 오히려 약품 오남용이 늘어날 것"이라며 "약사에 의한 약품 오남용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고 비난했다.
대한의사협회도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성분명 처방에 대항하는 논리인 선택분업제도가 또 다시 대두됐다.
성분명 처방과 선택분업이 맞서는 케케묵은 논란이 그대로 재현된 셈이다.
의협은 "약사회가 주장한 국민 편익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환자가 의료기관 내에서 처방과 조제를 모두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라며 "65세 이상 노인과 영유아, 장애인에 대한 의약분업 예외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맞섰다.
또한 "국민의 편익을 제고하고 건강보험 재정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의약분업에 대한 재평가를 통해 의사의 처방에 대해 환자들이 약의 조제 장소와 주체를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분업제도를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잊을만 하면 되풀이되는 논란이 지속되자 일각에서는 소모적 행위를 하는 배경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매년 되풀이 되는 똑같은 논리와 논란이 지겹지도 않은지 모르겠다"며 "전국이 뒤숭숭한 시국에 공연히 국민들의 반감만 사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