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관리제 시범사업이 반환점을 돌면서 최대한의 성과를 얻어내려는 의료계와 정부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만남을 가지며 대책을 강구하면서도 사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서로 상반되며 동상이몽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불과 지난 11월 1000여곳에 불과하던 만관제 시범사업 참여기관이 1400여곳으로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예상보다 저조한 참여율에 복지부와 공단, 의협이 연석회의 등을 열며 활성화 대책을 세운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복지부와 공단은 의료기관의 참여율이 예상보다 크게 밑돌자 전국적인 순회 강연회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 공단 지사를 활용해 1대 1 상담과 독려에 나서는 등 총력전을 펼쳐왔다.
또한 문제가 됐던 공인인증서에 대한 불편과 의료기기 문제도 최우선 과제로 선정해 대책을 강구해 왔다.
이로 인해 12월 현재 만관제에 필요한 의료기기는 대부분 의료기관에 배부된 상태며 공인인증서 부분도 일정 부분 해소가 된 상태다.
정부가 이처럼 만관제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는 첫 의-정 공동 사업인데다 이후 사업과 연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만관제를 통해 만성질환 관리에 일정 부분 기반을 갖출 수 있는데다 처음으로 정부와 환자 사이에 공급자인 '의료기관'이 들어왔다는 점에서 한단계 발전된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감.
전국 공단 지사가 나서 의료기관 하나하나 참여를 독려하고 문제가 되는 부분을 재빠르게 수정하는 등 유례가 없는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사업 파트너인 의협도 활성화 대책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하지만 사업 초기 보였던 강인한 의지는 사라진 듯한 분위기다. 오히려 한발은 빼고 있는 듯한 모습도 나온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회원들의 반발과 지적이 사업을 진행하면 할수록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굳이 총력전을 통해 반발심을 살 필요가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만관제 시범사업은 늘 원격진료와 연계돼 회원들의 반발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로 인해 시범사업 초기 참여와 불참을 번복하는 등의 갈등도 나타났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더욱이 최근 정부가 환자 불편 감소를 목적으로 또 다시 '전화'라는 통로를 열면서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가 공인인증서 활용이 어려운 환자들에게는 전화로 혈압과 혈당 등을 통보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기 때문이다.
의협 관계자는 "공인인증서 부분이 계속해서 문제가 되니 마련한 대책이겠다만 결국 전화로 수치를 받아 처방이 나가면 일부 회원들이 지적하는 원격진료 형태가 되는 것 아니냐"며 "결국 의협에 모든 화살이 쏟아질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의협 입장에서 공인인증서 없이 전화로 하셔도 된다며 홍보를 하면 회원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며 "활성화도 좋지만 협회의 입장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현재 의협은 첫 의-정 공동사업 모델이 발족한 것에만 무게를 두고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분위기다. 이미 얻을 것은 얻은 상황에서 회원들에게 점수를 깎이지는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의협 관계자는 "처음으로 의료계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사업을 구상하고 추진했다는 것 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일"이라며 "회원들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는 만큼 꼭 성과에 매몰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