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 비뇨기과의원 원장 자살 사건으로 촉발된 의료계의 강압적 현지조사 개선 목소리에 정부가 응답했다.
요양기관 등 행정처분심의위원회를 만들어 현지조사 대상 기관에 제한적 사전통지를 약속했다. 사전심사 지침을 위반했을 때는 처벌을 감수하겠다는 청렴서약서도 쓰기로 했다. 건보공단의 현지확인도 2회 이상 거부했을 때 현지조사를 의뢰할 수 있도록 해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적어도 2번은 현지확인을 거부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겼다.
사실 현지조사는 허위, 부당청구 개연성이 있는 의원이라는 전제가 거의 통용된다. 1%라는 정부의 현지조사 요양기관 적발률을 봐도 알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현지조사 실시 현황을 보면 지난해 875곳에 대해 현지조사를 실시했고 이 중 817곳이 허위, 부당청구 의료기관으로 적발됐다. 8만여개의 요양기관 중 800여곳이다. 그것도 의원만 아니라 한의원, 치과, 병원 등을 모두 포함하는 숫자 중에서다.
문제는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이다. 요양기관이 청구,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의 적정 여부에 대해 확인이 필요할 때 건보공단이 요양기관을 방문해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다. 사실상 현지조사 대상을 선정하기 위한 전단계라고 할 수 있다.
건보공단은 2014년 내부적으로 있던 '요양기관 방문확인 표준운영지침(SOP)'을 개정한데다 공표하면서 무분별한 현지확인을 막겠다고 했지만 실제 현장에서 적용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강압적이다, 무분별하다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현지조사 지침 개선 중 지침을 위반했을 때는 처벌을 감수하겠다는 청렴확인서를 써야 한다는 부분이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고 자평하며 "현지조사 지침이 개정된 만큼 이에 준하는 정도로 SOP도 바뀔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의료계는 강압적인 현지확인 분위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청렴서약서 규정을 SOP에 넣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건보공단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면서도 노조의 의견 수렴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현지조사 지침 개정안을 내놨다고 끝난 이야기가 아니다. 의료계는 2년여 만에 이뤄지는 SOP 개정까지 이끌어 내야 한다. 제대로 이행을 하고 있는지 감시하는 일은 그다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