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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실장 출신 쓸쓸한 퇴임 "한순간에 훅 간다"

이창진
발행날짜: 2016-12-30 05:00:54

노길상 전 실장, 비위혐의 5년간 대기발령…고공단 한자리 증가

새해부터 보건복지부 선임 과장급 중 소위 '고공단'(일반직 고위공무원) 진입 경로가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복지부 기획조정실장을 역임한 노길상 전 실장(60, 사진)이 12월 31일부로 정년퇴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 전 실장 정년퇴임식은 없고, 그의 모습도 복지부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어찌된 일일까.

노길상 전 실장은 1956년 부산 출신으로 부산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행시 26회로 복지부에 입사해 보험정책과장, 장애인정책관, 국민연금정책관, 보건의료정책관, 한나라당 수석전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MB 정부 진수희 장관 시절 공무원의 사실상 최고봉인 기획조정실장 승진 후 2011년 중도 하차했다.

계동청사 당시 손건익 차관(행시 26회, 국민대)과 동기인 노 실장은 보건의료정책관 시절 옆방 동기를 보건의료정책실장으로 보좌하며 격이 없이 지내면서 승승장구를 이어갔다.

그의 불운은 친구로부터 비롯됐다.

소개로 알고 지낸 지역 병원장과 뇌물수수 혐의에 얽히면서 험로가 시작됐다.

재판을 통해 패소와 승소를 반복하면서 복지부 대기 발령 상태로 5년을 이어갔다.

일반직 고위공무원이나 출근도 못하는 유령 공무원으로 후배들의 기억에서 점차 사라진 셈이다.

보건의료정책관 시절 계동청사에서 만난 그는 조용하면서 신중한 성격으로 기자들의 방문을 마다하지 않고 보건의료계 현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개선방안을 고민했다.

세종청사 시대, 주무관과 사무관 등 젊은 공무원 중 '노길상'이라는 이름 석 자를 기억하는 공무원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그의 최근 근황은 퇴임한 공무원들 중 부모상을 치룬 장례식장에서 종종 들렸다.

비위 혐의로 실장 연봉의 절반 수준 급여를 받으면서, 후배 공무원들을 장례식장에서나 만날 수 있고, 재판이 진행 중에 있어 다른 단체나 기관, 대학으로 이직도 못하는 기구한 신세로 정년을 맞은 셈이다.

복지부 한 공무원은 "그토록 잘 나간 공무원도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독실한 크리스챤인 노길상 전 실장 사례는 후배 공무원들이 잊지 말아야 하는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공무원은 "노길상 전 실장 퇴임으로 5년간 고정된 고공단 정원이 한 자리 늘게 됐다.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였겠지만 고공단 진입을 바라는 후배 공무원들 심정도 답답했다"고 전했다.

한편, 보건복지부 행시 37회 동기인 이민원 해외의료총괄단장 직무대리(연세대 사회학과)와 이창준 보험정책과장(한국외대 사회학과) 중 일반직 고위공무원 선임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