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대한의사협회와 건강보험공간과의 만남이 지난 10일 오찬부터 긴 대화로 이어지며 다양한 주제의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여론을 의식한 듯 회의 결과에 대해서는 두 곳 모두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어떠한 합의를 이뤄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면담 내용을 철저히 비공개로 해달라는 공단의 간곡한 부탁이 있었다"며 "상임 이사들에게조차 현재 면담 내용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우려와 달리 긍정적인 분위기에서 면담이 진행됐다며 일부 기대감을 갖는 모습도 포착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상호간에 불합리한 부분들에 대해 일정 부분 공감하고 함께 논의를 이어가자는데 동의했다"며 "또한 서로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의견을 개진하면서 논의를 이어가자는데도 뜻을 함께 했다"고 말했다.
의료계의 공분을 사고 있는 현지확인 제도에 대해 일정 부분 논의가 진행됐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강릉 비뇨기과 의사 자살 사건으로 의료 각계에서 성명서가 쏟아지고 장외 시위까지 확산되는 등 공분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는 상황을 진정시킬 수는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공단에서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입장이 나오지 않는 이상 지금 이 상황을 진정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의협 모 상임이사는 "한번의 면담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수는 없다. 적어도 '전향적인 개선'이라는 두 단어가 나오기 전까지 분노를 가라앉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내일 상임이사회를 통해 의협의 방향성과 포지션을 명확히 잡아야 할 듯 하다"고 귀띔했다.
더욱이 공단이 하루 만에 불참과 참석을 번복하면서 의협이 끌려다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회의 내용을 비공개로 유지하기는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각 전문과목 의사회는 물론, 의원협회 등까지 나서 현지확인 철폐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단과 면담을 가진 의협이 계속해서 함구할 수는 없는 이유다.
그러나 공단과의 면담에서 확고한 결과물을 가지고 나오지 못한 상태에서 무언가를 꺼내놓는 것도 부담이라는 점에서 의협의 딜레마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의협 관계자는 "제도 개선이라는 것이 하루 아침에 되는 일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지금 의협이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는 것 아니겠냐"며 "상임이사회를 통해 충분히 논의를 진행하고 로드맵을 구축해야 할 듯 하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