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가 만사다. 행정고시와 비고시 무관하게 능력을 중심으로 공정한 인사를 하겠다."
역대 보건복지부 장관들이 취임 후 기자간담회에서 내놓은 단골메뉴이다.
현 정진엽 장관 역시 공정한 인사를 거듭 천명했다.
일명 고공단으로 통하는 실국장 일반직 고위공무원은 대통령 임명이라는 점에서 장관 인사권은 사실상 과장과 서기관, 사무관, 주무관이다.
복지부 인사는 타 중앙부처와 마찬가지로 대통령과 장관 투 트랙으로 이뤄지고 있다.
공무원들은 흔히 자신을 바둑돌에 비유한다.
인사가 생명인 공무원들은 인사권자가 놓은 자리에 배치된다는 의미다.
인사권자가 바둑돌을 놓는다면, 최종 결정 전 배치도는 인사과 몫이다.
어느 과장을 일반직고위공무원으로 추천할지부터 서기관의 과장 승진과 사무관의 서기관 승진, 주무관의 사무관 승진까지 복지부 본부 소속 700여명의 인사 배치도는 인사과장이 초안을 잡고 장관과 차관이 최종 결정하는 셈이다.
인사철을 앞두고 인사과장은 괴롭다.
국내외 파견과 승진, 부서이동은 공무원별 축하와 위로라는 극과 극 반응으로 항상 뒷말이 무성하다.
의약단체 내부에서도 보건의료 부서 인사이동 후 '지금껏 공들인 노력이 허사가 됐다' '신임 국과장, 사무관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등 잦은 인사에 대한 불만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인사과를 경험한 모 공무원은 "인사과장은 오래 할 수 있는 직책이 아니다. 많은 인내와 노력이 필요한 자리"라면서 "개인별 입맛에 맞는 공정한 인사는 요원하다"고 귀띔했다.
복지부 공무원들의 대규모 이동이 예상되는 새해 정기인사를 앞두고 바둑판을 준비하는 인사과장의 마음이 무거운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