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상태가 이상하니 봐 주세요."라는 딸의 호소에 간호사는 "주무시고 계시니 기다리세요"라고 말했다.
위 수면내시경을 받으러 들어갔다 환자는 의식이 희미해지고 있는데, 의료진은 약 30분 동안 방치했다. 가족들의 요청에도 말이다. 환자는 허혈성 뇌손상으로 치료를 받다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법원은 의료진의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며 유족 측에 2억여원을 손해배상하라고 판단했다.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재판장 성기문)는 최근 위 수면내시경 후 사망에 이른 환자의 유족이 경상남도 H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70대 초반의 환자 A씨는 한달 동안 전신쇠약감, 상복부통증, 호흡곤란을 호소하다가 H병원에 입원했다. 혈액검사와 심전도, 흉부방사선 및 CT검사 결과 동성빈맥, 불규칙 기관지 확장증 동반 우폐의 무기폐, 좌폐의 섬유성 및 결정성 음영 등을 진단 받았다.
A씨는 입원을 하고서도 "속이 갑갑하고 가슴이 조여오는 느낌이 있으며 하나도 낫지 않고 계속 아프다. 배가 전체적으로 다 아프다. 숨 쉬는 것도 힘들다"고 호소했다.
입원 이틀 후 의료진은 A씨에 대해 프로포폴 7ml를 투여한 후 위수면내시경 검사를 했다. 검사후에는 A씨를 검사실 3인용 의자에 옆으로 눕혀놨다.
내시경 검사를 받으러 들어간 A씨가 한참 동안 나오지 않자 딸은 검사실로 들어갔고, 의자에 옆으로 누운 채 입술이 파랗게 된 A씨를 발견했다.
간호사한테 엄마 상태가 이상하니 봐달라고 했지만 대수롭지 않다는 대답만 돌아왔고, 가족들이 재차 요구하고 나서야 의료진은 A씨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수면내시경 후 약 30분이 지나서였다.
의료진이 발견했을 때는 A씨 의식이 저하돼 있었고 자발호흡이 없었다. 혈압과 맥박도 촉지되지 않았으며 청색증이 관찰됐다. 의료진은 A씨를 응급실로 옮기고 에프네프린 정맥주사를 하고 제세동기도 했다.
A씨는 상급병원으로 전원됐지만 2년이 넘도록 생명유지를 위한 보존적 치료를 받다가 결국 사망했다.
유족 측은 "A씨는 고령에 호흡기능이 저하된 상태라서 수면내시경 적응증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수면내시경을 해야 한다면 일반 환자보다 가중된 주의의무를 갖고 검사과정 전반에 걸쳐 면밀히 관찰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가족들은 A씨가 수면내시경을 받을 것이라는 설명을 듣지도 못했다. 동의서를 받지도 않았고 검사 및 회복 과정에서 관찰 의무도 소홀히해 무호흡 심정지 상태를 신속히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법원은 유족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A씨는 검사 전 지속적으로 호흡곤란을 호소했다. 호흡억제, 심정지 등 부작용이 증가할 수 있는 수면내시경 검사는 신중을 요할 필요가 있었다"며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고령의 환자는 일반적 경우보다 프로포폴 투여량은 2분의1에서 3분의1 이하로 줄일 것이 요구된다.
재판부는 "H병원은 진정제의 양 10ml 보다 다소 감량한 7ml를 투여했다"며 "A씨의 전신상태, 나이, 체중 및 진정 정도를 진지하게 고려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진료기록에는 수면내시경 검사시간과 A씨에게 투여한 프로포폴 양 이외에는 프로포폴 투여 시작 시간이나 총 투여시간, 마취 전 및 마취 당시 A씨의 혈압, 호흡, 맥박 등 활력징후 등이 전혀 기재돼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또 "의료진은 검사 후 장비로 A씨의 활력징후 관찰도 없이 의자에 눕혀둔 채 방치하고 가족의 확인요청을 묵살했다"며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지적했다.
설명의 의무도 다하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가족들은 위내시경 검사가 끝나기까지 그것이 프로포폴을 이용한 수면내시경 검사라는 점을 알지 못했다"며 "수면내시경 검사에 관한 동의서를 받지 않았고 프로포폴 부작용 등에 관해 설명한 바도 없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