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보건법 개정을 두고 보건복지부와 신경정신과학회가 치고받고 진실공방을 이어가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신경정신과학회(이사장 정한용, TFT 권준수위원장)는 7일 복지부 해명자료에 대한 학회 입장을 통해 정신보건법을 둘러싼 진실을 조목조목 밝혔다.
앞서 복지부는 모 일간지에 '가족관계증명서 먼저 떼오라' 한밤 중 돌려보내는 정신병원'이라는 기사를 통해 정신보건법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복지부는 "WHO 권고안을 보면 정신보건법에 입원 요건으로 '치료 필요성'과 '자·타해 위험' 하나(or)를 충족하거나 모두 충족하는 것(and) 중 선택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면서 "하나만 충족(or)하도록 권고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등 해외의 많은 나라에서도 강제입원 시에는 정신질환 여부와 자·타해 위험을 요건으로 정해, 신체의 자유를 구속하는 성격의 강제입원에 대해 최대한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신경정신과학회는 "영어 표현에서 and/or 는 and 일 경우와 or 일 경우 한쪽만이라도 만족하면 해당이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학회 측은 "and와 or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이라서 인권보호를 위해 and를 선택했다는 보건복지부의 설명은 영문해석의 오류"라면서 "이는 개정 정신보건법의 핵심 조항이 WHO 기준의 잘못된 해석에 기인, 졸속으로 만들어졌음을 그대로 인정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정신보건법의 인권보호 규정은 강화해야 하지만 WHO와 UN 등의 국제 권고기준을 무시하고 대다수 선진국들의 사례를 외면한 채 함부로 치료 대상을 제한하는 핑계로 삼아선 안된다는 게 학회 측의 지적이다.
입원기간 변경과 관련해서도 복지부는 기존 법에서는 6개월마다 입원 심사 받던 것을 개정 후 입원 초반에는 3개월마다 받고, 이후 6개월마다 받도록 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즉, 법 시행 후 3개월이 지나면 무더기로 정신질환자를 퇴원시키게 될 것이라는 기사 내용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는 게 복지부 측의 해명이다.
이에 대해서도 정신과학회 측은 "심사기간을 줄인 것 자체를 지적하는 게 아니다. 입원 당시와 마찬가지로 3개월마다 서로 다른 기관에 근무하는 2인(1인은 공공기관에 근무)의 정신과 전문의의 판단을 필요로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약 8만 여명의 입원환자 가운데 3개월마다 계속심사를 하게 되면 예상되는 심사건수에 필요한 공공기관 전문의 인력의 정확한 추산과 준비가 전혀 없다는 게 문제라는 얘기다.
학회는 "인권보호라는 중대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예산 및 인력확보를 통한 인프라의 확충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정신병원에 입원할 때 서류를 엄격하게 요구해 입원을 거부당하는 사례에 대한 지적에 대해 복지부는 "응급상황, 야간, 공휴일 등에 입원할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입원 직후 보완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경정신과학회 측은 "행정지침이나 행정적인 유권해석이 법적 판단을 능가할 순 없다"면서 "법적 보호장치가 전제되지 않으면 행정적인 해석은 무의미하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지금도 의정부를 비롯한 경기북부지역의 정신과 전문의들이 바로 이러한 개별적 판단의 문제로 기소가 되어 재판 중에 있는 실정.
학회 측은 "해당 처벌 조항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매우 가혹함에도 '의사가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할 사항'이라고 해석하는 복지부의 태도는 너무나 안이하다"고 거듭 우려를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