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공산인 특발성폐섬유증 치료제 시장에 최근 베링거인겔하임이 명함을 내민 가운데 가천대 길병원 산학협력단 역시 메트포르민과 설포라판 복합제로 치료약제 개발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산학협력단의 발명에 특허등록출원을 거절했던 특허심판원이 원 결정을 취소 환송해 특허 취득 여부도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특허심판원은 가천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청구한 특허등록출원 거절 결정 불복 심결에서 거절을 결정한 원심을 취소 환송했다.
산학협력단이 특허 청구한 해당 발명은 이소티오시아네이트계 화합물과 바이구아나이드 제제를 유효성분으로 포함하는 폐섬유화증 예방 또는 치료용 약학 조성물 및 상기 조성물을 이용해 폐섬유화증을 예방 또는 치료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폐섬유화증 또는 특발성 폐섬유화증은 만성적으로 진행하는 폐 간질의 섬유화를 특징으로 하는 원인 불명의 질환이다. 주로 폐에 국한돼 나타나며 조직학적으로 특징적인 통상형 간질성 폐렴 소견을 보인다.
보통 인구 10만명 중 2~29명이 발병하는 희귀난치성 질환이지만 질환의 상태를 지연시키거나 감소시키는 약제를 제외하곤 아직 명확한 치료제가 없다는 점에서 제약사들도 눈독을 들이는 분야.
최근에는 산화제와 항산화제 간의 불균형이 특발성 폐섬유화증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결과들이 보고됨에 따라, 항산화제를 사용해 폐섬유화증을 치료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다.
커큐민 유도체나 항산화 활성을 나타내는 화합물인 트레프로스티닐, 포도씨에서 유래된 안토시아니딘 추출물을 유효성분으로 한 약학 조성물 등이 개발되고 있지만 발병 원인 개선 효과를 나타내도 발병된 폐섬유화증에는 뚜렷한 치료효과를 나타내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가천대 산학협력단은 이소티오시아네이트계 화합물의 하나인 설포라판과 바이구아나이드 제제의 하나인 메트포르민의 복합제제가 폐섬유화증의 치료효과가 있다며 약학 조성물에 대한 특허를 신청했다.
설포라판은 이소티오시아네이트계 화합물의 일종으로서 포스파티딜이노시톨 3-인산화효소(PI3K)/Akt 신호전달경로를 억제해 종양세포 증식 억제 효과를 나타내고, 메트포르민은 바이구아나이드 제제의 일종으로서, mTOR를 억제해 종양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를 나타낸다는 게 산학협력단의 판단.
폐섬유화증이 유발된 동물 모델에서 설포라판과 메트포르민을 동시에 처리해 상승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지 실험한 결과, 설포라판과 메트포르민을 동시에 처리할 경우 폐섬유화증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산학협력단은 2014년 처음 특허출원서를 제출했지만 특허심판원은 특허 청구항의 조건 부족 치료 효과의 유추 용이성 등을 이유로 거절했다.
산학협력단은 "메트포르민이 특발성 폐섬유화증에 치료효과가 있음을 유추하는 것은 결코 용이하지 않다"며 "기존 적응증과 전혀 다른 위치인 폐 간질에 발생하는 폐섬유화증에 대한 치료효과는 용이하게 유추할 수 없다"는 점 등을 들어 특허에 재 도전했다.
특허 거절 결정에 불복해 2015년 8월 특허등록 결정을 청구한 산학협력단은 최근 취소 환송을 통해, 원심부터 다시 심리할 기회를 얻었다.
동물 실험이라는 한계는 있지만 폐섬유화증에서 증가하는 AGE 수치는 메트포르민 단독 요법인 경우 2, 설포라판 단독인 경우 1.5를 기록했지만 메트포르민와 설포라판 복합제제는 1을 기록, 수치가 현저히 감소했다.
또 메트포르민 단독 또는 설포라판 단독에 비해, 폐섬유화증의 주요 마커인 피브로넥틴과 콜라겐의 유전자 및 단백질 발현도 유의하게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사-학계가 연계한 치료제 공동연구가 활발한 까닭에 특허 취득 이후 제약사 기술이전 등이 진행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