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청구 비율 25%. 보건복지부는 현지조사를 통해 이를 적발하고 업무정지 93일의 처분을 내렸다.
현지조사 대상 기간이었던 8개월 동안 이 의원이 부당청구한 금액은 191만원. 청구한 요양급여비 총액은 744만원이었다.
경기도 남부에서 6년째 개원하고 있는 K원장의 이야기다.
단순히 부당청구 비율만 놓고 보면 부당청구의 온상이었던 곳이다. 하지만 실제 부당청구 금액을 들어보면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법원은 1심과 2심 모두 복지부의 처분이 과하다며 행정처분을 취소하라고 했다. 복지부는 상고를 포기했다. K원장은 변호사도 없이 혈혈단신으로 약 1년의 시간을 정부에 대항했다.
K원장은 2심 판결을 최종 확정 짓고 나서야 그동안의 심경을 털어놨다.
"(부당한 건강보험법과 의료법에 대한 소송전) 별것 아니다. 할만했다." 그의 첫마디였다.
K원장은 "사실 비보험 진료를 주로 보는 의원은 영업정지 처분을 받더라도 그 기간 동안 보험 진료는 하지 않고 비보험 진료는 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가볍게 행정처분을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며 "부득이할 때는 5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내는 원장들도 있다"고 털어놨다.
부당함을 인지했다면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대법원까지 혼자 해볼 각오로 처음부터 변호사 선임을 하지 않았는데 복지부가 상고를 안 해 다행"이라며 "판례를 뒤지다 보니 복지부의 행정처분에 이의를 제기한 의사가 너무 적다는 것에 놀랐다"고 회상했다.
이어 "의사들은 건강보험법과 의료법에 불만이 산처럼 쌓였는데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다"라며 "나와 같은 선례가 쌓이다 보면 현실이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라고 강조했다.
K원장의 소송전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K원장은 환자에게 건강보험공단이 수진자 조회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건보공단은 어떤 비급여 시술을 받았고, 얼마를 냈으며, 어떤 처방을 받았는지 물었다는 것이다. 부당한 청구가 의심돼 전화를 걸었다며 수진자조회를 하는 이유도 곁들였다.
복지부는 현지조사를 통해 K원장이 레이저 제모 시술 후 생긴 모낭염을 치료하고 그 비용을 비급여로 받고, 요양급여비용도 청구했다고 봤다.
업무정지 및 과징금 부과 기준에 따르면 월 평균 부당금액이 15만~25만원 미만이고, 부당비율이 3~4% 미만이면 업무정지기간이 30일이다. 여기에 부당비율이 5% 이상이면 1%를 초과할 때마다 업무정지기간이 3일씩 가산된다.
K원장은 "현지조사 대상에 들어갔던 기간은 개원한지 얼마 안 됐던 시점이었다"며 "환자에게 레이저 제모 시술 후 생긴 모낭염이 급여 대상에서 제외되는지 몰랐다. 제대로 된 급여기준을 알고 나서부터는 급여 청구를 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건보공단의 수진자조회가 부당청구라는 의심 하에 이뤄진 공무였다면 착오청구나 오류수정을 위한 지도와 고지가 선행됐어야 한다"며 "이는 명백히 함정수사와 같고, 고의적 교사나 방조와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건보공단은 요양기관의 청구오류나 착오청구에 대해 지도의 선행과 명시가 의무화돼야 한다는 게 K원장의 주장이다.
그는 "심평원과 건보공단은 본질적 의미를 망각하고 스스로의 존재를 유지, 확정하기 위해 수사기관처럼 공무를 집행하고 무리한 삭감과 행정처분을 남발하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가 업무정지 처분의 근거로 삼는 건강보험법 제85조의 모호함도 보다 명확해져야 한다고 했다.
85조 제1항 제1호에 따르면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자, 가입자 및 피부양자에게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한때에는 요양기관의 업무정지를 할 수 있다.
K원장은 "부당한 방법이라는 불명확한 용어에 의해 고의와 과실을 포괄한 형벌의 구성요건을 규정하는 것은 헌법 및 형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많다"고 주장했다.
이어 "부당한 방법에는 고의뿐만 아니라 단순 착오나 과실도 업무정지 사유에 포함하고 있다"며 "행정 형벌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면서 명확한 기준 대신 불분명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