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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부도율·의료인 지역기피 모두 저수가 때문"

이창진
발행날짜: 2017-02-27 05:00:56

국회 양승조 위원장 "적정수가 보장 안 되면 건강보험 제도 붕괴"

조기 대선 정국에서 저출산 극복이 차기 정부와 의료계 발전을 위한 최우선 과제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의료기관이 적자를 보는 저수가 개선 없이는 건강보험 제도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양승조 위원장.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양승조 위원장(천안시병,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전문기자협의회 가진 간담회에서 이 같은 소신을 밝혔다.

양승조 위원장은 변호사 출신 4선 국회의원으로 참여정부와 MB정부, 박근혜 정부 등을 거쳐 보건복지위원회에서 11년 간 활동한 사실상 보건의료 분야 최장수 의원이다.

이날 양승조 위원장은 여소야대와 조기대선 정국에서 정권교체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음을 직시하면서 보건의료 공약에서 경계에서 할 사안을 피력했다.

양 위원장은 "의료영리화에 단초를 제공할 어떠한 공약도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의료공공성 확대에 힘을 쓸 것이다"라면서 "건강보험 보장률이 60%대 불과한 수치를 높여야 한다. 당연히 증세는 필요하다. 증세없는 복지는 말이 안 된다. 문제는 증세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양승조 위원장은 "건강보험 재정이 흑자인 상황에서 정부(기재부)가 국고지원을 중단하려 한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국고지원 비율이 가장 낮다. 예상 수익이 20%인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 독일과 일본 등 선진국은 30~40% 수준"이라며 지속적 국고지원 당위성을 피력했다.

그는 의료계와 학계(시민단체) 간 의사 수 논란 관련, 적정수가라는 카드를 제시했다.

양승조 위원장은 "OECD 통계적으로 보면 의사 수가 적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수가도 적다. 저수가 때문에 많은 환자를 보고 있는 게 현실이다. 현 수가체계에서 의사 수만 늘리면 의사들은 더욱 많은 환자를 봐야 한다"면서 "적정수가로 가야한다. 저수가를 지속하면 건강보험 제도 자체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의원급부터 중소병원과 상급병원이 적자를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 위원장은 "중소병원이 적자 상태인 것은 일부 운영 문제도 있겠지만 제도의 문제가 크다. 병원 부도율이 8~9%이다. 일반 제조업 부도율이 동일 수치라면 나라가 망하는 수준"이라며 건강보험 수가 및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역별 의료진 인력난 역시 제도 개선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양승조 위원장은 "나주 정신병원의 경우, 충원이 안 되고 있다. 월 천 만원을 준다고 해도 지방병원은 안가는 의사들이 많다. 간호인력난도 지방과 중소병원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저수가 체계에서 편법과 탈법이 계속 나오고 있다. 리베이트 없이 수익을 내기 어렵다면 제도와 구조를 바꿔야 한다. 지방병원 취업 간호인력이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손보험 팽창 개선 필요…토종제약사 신약개발 지원책 시급

실손보험 기형적 팽창도 눈여겨보고 있는 현안이다.

양승조 위원장은 "자본력을 내세운 실손보험사 급증으로 건강보험을 위협하고 있어 손을 봐야 한다. 해결책은 건강보험 보장률 제고"라면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얻은 실손보험의 반사이익을 건강보험료에 투입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위원회 최장수 의원답게 신약개발 등 제약산업 발전을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 필요성을 논리정연하게 설명했다.

양 위원장은 "의료영리화와 의료산업화는 별개 문제다. 신약 개발 분야에서는 국가적 투자가 필요하다. 신약개발에 평균 1조 7000억원이 투입되는데 1조원 토종기업은 4곳 뿐이다. 세계 100대 기업 하위권에도 겨우 들어간다. 제약산업 전세계 시장이 1200조원인데 반해 한국 매출은 18조원으로 2%도 안 된다"고 국내 제약계 현실을 정확히 진단했다.

양승조 위원장은 "다시 말하며, 국가가 지원을 해주면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는 분야라는 뜻이다. 정부의 R&D 비율은 세계 1등이다.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미래 성장동력으로 가야 한다. 화이자 R&D는 9조원으로 우리나라 제약 매출의 절반에 해당한다"고 제약기업 지원 확대 필요성을 역설했다.

전원기준 강화법 수정 가능…저출산, 차기 정부 최우선 과제

의료계 논란이 된 권역응급의료센터 전원기준 강화 개정안 입장도 피력했다.

양승조 위원장은 저출산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의료계 적정수가과 제도개선 필요성을 역설했다.
양 위원장은 "지난해 두 살 아이가 제때 응급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사건 이후 정부가 전원기준을 발표, 운영 중에 있다. 환자의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전원기준을 하위법령으로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보고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라고 전하고 "전원기준을 추가하거나 수정할 필요가 있다면 법안심사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하겠다. 이와 별개로 권역응급 병원 지원도 충분히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기대선 정국에서 저출산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내다봤다.

양승조 위원장은 "차기 정부는 저출산, 고령화 극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의료계도 산부인과 수익이 반 토막 나고 폐업하는 사태가 가속될 수 있다"고 전제하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백신 자급 기반 마련, 공공보건의료인력 확충 등은 차기 정부가 반드시 추진해야 할 보건의료 정책이라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