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부터 국립대병원장 등 고위 관계자를 만나면 늘 토로하는 공통된 주제가 있다. 정부가 공기업 경영 효율화를 목표로 추진 중인 '경영 평가'.
국립대병원은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기관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게 의료계 주장이지만 정부를 설득하기에는 어려운 지 어려움을 토로해왔다.
가까운 예로 재작년 서울대병원은 정부의 경영평가 잣대에 맞추기 위해 취업규칙 개정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노조와 첨예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병원 측은 예산 지원을 위해선 정부가 제시한 기준에 맞춰야 하고 노조는 '돈 벌이 의료'라며 이를 강하게 거부하자 중간에서 난감해졌다.
비단 서울대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산대병원 등 최근 몇년 간 '경영 평가'는 다수의 국립대병원 노사 갈등의 촉매제로 작용해왔다.
정부의 경영 효율화 정책에 발맞춰 수익을 내기 위해 진료성과에 신경쓰면서도 공공 의료기관 본연의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는 시민단체 및 노조의 질타를 받아야 하는 게 국립대병원이 처한 현실이다.
오죽하면 전국 국립대병원장 회의부터 전국 국립대병원 기조실장 회의에서도 단골 주제로 자리 잡았겠나.
국회에서도 국립대병원 경영평가에 대한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한 것일까.
얼마 전 김상희 의원이 국립대병원 역할 재정립 논의를 위한 TF구축을 제안했다. 특히 복지부 외에도 기재부, 교육부 등 3개 부처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TF라는 점에서 돌파구를 모색해 볼 수 있을 듯 하다.
모처럼 찾아온 기회다. 부디 3개 부처가 합의점을 찾아 국립대병원이 제 역할을 하고 더 나아가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조직으로 성장할 수 있기 계기를 마련했으면 한다.
지난 2015년, 5월 악몽 같았던 메르스 사태 당시 죽어가는 환자 곁에서 공공의료 최전선을 지키던 국공립병원 역할의 좋은 예가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