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권역응급센터 갯수 확대 및 지정기준 강화 2년째 현장 점검
#1. 권역응급센터인 A대학병원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 김모 씨는 최근 몸이 열개라도 부족할 정도로 바빠졌다. 이달부터 응급의학과 전문의 2명이 더 나은 조건의 급여를 받고자 중소병원으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이다.
#2. 지방의 한 대학병원 의료진은 얼마 전 권역응급센터 지정을 앞두고 연봉 인상을 요구, 갈등을 빚었지만 결국 연봉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한때 기피과로 분류됐던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최근 귀한 대접을 받고있다.
지난 2015년 복지부가 권역응급센터 기준을 강화, 인력 기준에 맞추기 위해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대거 채용하면서 달라진 변화다.
당장 권역응급센터를 운영하려면 응급의학과 전문의 기준부터 맞춰야 하다보니 연봉을 높여서라도 모셔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임금이 더 높은 곳을 찾아서 이동하면서 해당 의료기관들은 그들을 붙잡기 위해 혹은 다른 병원의 의료진을 영입하기 위해 높은 몸값을 치러야 한다.
A권역응급센터에 근무 중인 김씨는 "중소병원 급여가 대학병원 보다 더 높기 때문에 이직을 택한 것으로 안다"면서 "최근 연봉이 높아지면서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급증한 권역응급센터…인력난 당연한 수순
재작년 복지부는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기준을 대폭 개정하면서 응급의학과 전문의 인력기준을 강화했다.
기존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2~4명을 충족하면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받을 수 있었지만, 개정 이후 응급의학과 전문의 5명이상을 둬야하고 환자 1만명당 1인을 추가하도록 했다.
게다가 전국 권역응급센터를 기존 20곳에서 41곳으로 2배 이상 늘렸다.
매년 배출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수는 일정한 반면 최근 2년새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인력난을 이미 예고했었다.
실제로 복지부가 지정기준을 강화한 지 2년 째, 실제로 의료 현장에선 응급의학과 의사가 귀한 몸이 됐다.
2년 전, 권역응급센터 지정을 준비했던 의료기관들이 의료진 채용을 위해 급여를 높이면서 1차 자리이동이 시작됐다.
그러자 마음이 급해진 의료기관들이 경쟁적으로 연봉을 인상하면서 2차 자리이동으로 이어졌고, 자연스럽게 계속해서 몸값이 높이지고 있다.
권역응급센터에 근무 중인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최근 평균 연봉은 1억 5천만~2억원 수준"이라면서 "과거에 비해 상향 조정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전문의 인력난 극심…지방 중소병원은 더 심각
수요와 공급에 따라 의료진의 급여가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을 막을 순 없지만,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병원장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인건비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의료기관 운영 예산이 커지기 때문이다.
경기도 모 중소병원장은 "응급실 운영을 접을 수 없으니 울며 겨자먹기라도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채용할 수 밖에 없다"면서 "최근 몇년간 매년 1500만원씩 높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월 급여로 따지면 매년 100만원(실수령액 기준)씩 높아진 셈"이라면서 "이 수준으로 인상하지 않으면 의사를 구할 수가 없다"고 했다.
지방의 모 권역응급센터 한 병원장은 "간호등급제 이후 간호사의 대형병원 쏠림이 극심해졌듯이 응급의학과에서도 권역센터 지정 기준을 강화하면서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지방에서는 네트 월 2000만원까지 높아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권역센터는 그나마 정부 지원금으로 버티지만 지방의 중소병원의 인력난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게 그의 전언.
그는 "지방에서 재난거점병원을 준비하는 의료기관은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구하지 못해 개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응급의학과 전문의 이외 내과, 흉부외과 등 타과 전문의로 일부 허용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