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약사가 됐다는 조찬휘 약사회장의 고백은 각 인사의 축사로 이어지며 정부 정책의 성토 분위기로 바뀌었다.
약사회 정기총회에 참석한 정치권 인사들도 편의점 판매의약품 확대와 화상판매기 도입 움직임이 '어쩌다' 나온 움직임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9일 대한약사회는 4층 동아홀에서 제63회 정기대의원총회를 개최하고 2016년도 세입, 세출 결산 건과 2017년도 사업 계획 심의의 건 등을 처리했다.
이날 총회는 편의점판매의약품 확대 및 화상판매기 도입 저지 결의대회와 함께 개최되는 만큼 전운이 감돌았다.
조찬휘 회장은 "어쩌다 어른이라는 방송을 보다가 어쩌다라는 표현의 의미를 많이 생각했다"며 "어쩌면 우리들은 어쩌다 약사가 됐고, 어쩌다 보니 임원이 돼 이 자리에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는 "저는 어쩌다 약사가 됐지만 약사회장이 됐을 때는 어쩌다라는 단어는 떠난지 오래됐다"며 "약사직능의 본연의 목적과 소명이 어쩌다 한번 씩 나오는 악법에 휘둘리는 상황에서 결코 국민들로부터 어쩌다 약사가 됐냐는 질문을 받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돈만 버는, 무책임한, 밥그릇만 챙긴다는 비난이 있다면 약사직능은 끝이 난다"며 "편의점 판매약 확대나 화상판매기 도입에 대한 약사 분노를 국민의 분노로 확산시켜, 어쩌다 이런 제도가 도입됐을까라는 말을 외치는 직능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자"고 덧붙였다.
양승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도 힘을 보탰다.
양승조 의원은 "조찬휘 회장이 어쩌다 약사회장이 됐다고 하지만 선택하고 결심해서 회장이 됐고, 그 직무도 잘 수행하고 있다"며 "약사를 대변하는 게 아니라 국민의 건강권 옹호 입장에서 편의점 판매약 확대와 화상판매기 도입에 절대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러시아처럼 큰 나라에서는 혹여 화상판매기를 도입할 수는 있지만 약국이 밀집된 국내 실정에서 화상판매기 도입은 맞지 않는다"며 "화상 판매기를 도입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놀라울 뿐이다"고 지적했다.
나경원 의원은 "약사 며느리로 약사회가 잘될까 하는 기우 때문에 이 자리에 왔는데 진짜 기우였다"며 "어쩌다 약사회장이 됐지만 준비된 조찬희 회장을 보니 약사회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고 추켜세웠다.
그는 "조찬희 회장이 말한 것처럼 편의점 의약품 확대에는 국민이 같이 분노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약사들도 소통과 공감 노력을 통해 지지를 얻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총회에 앞서 대의원들 역시 결의문을 채택, 분노한 심정을 대변했다.
약사회 대의원 일동은 "규제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진행되는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와 의약품 화상판매기 도입 계획을 즉각 철회할 것을 정부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대의원들은 "국가는 국민의 건강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약화사고 부추기는 안전상비약 판매제도의 폐기와 화상판매기 도입 입법 철회, 공공 심야약국과 의원, 약국 당번제도를 즉각 도입하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약사회는 "7만 약사 총궐하라, 규제악법 저지하라", "편의점약 확대하면 약화사고 증가한다" 등의 플래카드뿐 아니라 대의원들은 국민건강권수호가 적힌 붉은 머리띠를 두르고 약사들의 의지를 공표했다.
이날 축사를 한 국회 보건복지위원만 10명에 달해 복지위를 옮겨왔다는 우스갯 소리도 나왔다.
오제세, 원유철, 김상훈, 송석준, 정춘숙 의원, 약사 출신 전혜숙·김승희 의원 등도 국민 안전이 우선이라는 데 공감을 나타내 박수 갈채를 받았다.
약사회는 원희목 총회의장의 제약협회장직 수락으로 공석이 된 총회의장 자리에 문재빈 총회 부의장을 만장일치로 추대했다.
이어 약국 기반 만성질환관리 모델 연구용역 추진 ▲동일성분 조세 활성화 연구 ▲약무직 보건소장 임용 근거법령 마련 방안 연구 ▲의약품 사용 과오 예방 가이드라인 개정판 제작 ▲화상투약기 도입 개악저지를 위한 시민단체 연대 강화 ▲소량포장 의약품 공급안내 시스템 이용 활성화 및 소포장 의약품 공급 확대 등을 올해 추진 안건으로 상정, 처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