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복용하지 말아야 할 한약 및 한약재를 지정하는 정부 부처가 단 한 곳도 없습니다. 이런 역할을 보건복지부가 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의견입니까."
"한방의료기관과 지자체 한방난임사업에서는 임신 중 한약 복용이 태아에게 미치는 안전성 평가는 전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복지부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대한의원협회가 최근 복지부에 제기한 민원 내용 중 일부다.
복지부는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라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민원을 이송한다는 답을 보내왔다. 당황스러운 점은 민원 이관 연락을 받은 바로 그날 식약처 역시 복지부로 민원을 이관한다고 했다.
이 같은 핑퐁 민원 넘기기는 두 곳에서 모두 민원을 접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민원을 제기한 지 이틀 만이다. 복지부와 식약처는 두 차례에 걸쳐 민원 떠넘기기를 하다 식약처 바이오생약국 한약정책과와 복지부 한의약정책과에서 민원을 접수했다.
의원협회는 약 20개의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한방난임사업의 문제점을 짚으며 정부의 대책을 묻는 질의를 했다.
의원협회가 한 질의는 총 8가지로 지자체의 한방난임사업은 임상시험과 별반 다를 바 없으므로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승인 여부, 생명윤리법 위반에 대한 의견 등을 물었다. 복지부가 발주한 연구 보고서 등을 근거로 들며 복지부의 입장에 대해 질의했다.
의원협회는 "복지부가 경희대에 발주한 연구보고서 결과에 따르면 임신 중 복용 시 유전독성 및 염색체 이상을 유발할 수 있는 한약 및 한약재가 많다"며 "이 보고서가 복지부에 제출된 이후에도 임신 중 한약 복용이 태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치는 눈에 띄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한약으로 산모 대상 유효성과 안전성 평가를 하는 것은 생명윤리법을 위반하는 비윤리적인 것"이라며 "복지부는 국내외 연구에서 태아 및 산모에게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된 한약 및 한약재에 대해 임신 중 처방하지 말라는 지침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자체의 한방난임사업의 확대에 우려감을 표하고 있다.
의원협회는 "한방난임사업은 안전성이 전혀 입증되지 않았다"며 "임신 성공 여부에만 집중하고 있을 뿐 태아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사업 과정에서 한약 복용 시 태아에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고지가 이뤄졌는지도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특히 전라북도 익산은 한방난임사업 결과 임신 성공률이 30%가 넘는다고 해서 보고서 공개를 요청했더니 정보가 없다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신 중 한약 복용의 안전성은 임신부와 태아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나 각 지자체 한방난임사업으로 입증한다는 것은 아주 비윤리적 행태"라며 "전임상시험이나 사람 대상 역학조사로 한약 및 한약재 안전성을 먼저 확실하게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