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맥혈전색전증(VTE) 환자에 재발 예방효과를 두고 아스피린과 자렐토를 '맞짱' 비교한 임상이 최초 공개됐다.
여기서 항응고요법으로 아스피린을 사용하는 것보다 자렐토를 사용하는게, 출혈 위험없이 VTE 재발을 예방하는 효과가 약 70% 더 컸다.
아스피린100mg보다 자렐토(성분명 리바록사반) 10mg 혹은 20mg을 하루 한 번 복용하는 게 VTE의 재발을 막는 혜택이 많다는 결론이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VTE 예방효과를 내놓은 차세대 경구용항응고제(NOAC)로는 자렐토 외에 엘리퀴스(성분명 아픽사반)도 있다는 대목이다.
그런데 차이가 있다. 엘리퀴스는 앞선 2012년 'AMPLIFY-EXT' 임상을 공개하며 저용량 아픽사반이 VTE 재발을 줄인다는 결과를 발표했지만, 비교군은 아스피린이 아닌 위약(placebo)에 그쳤다.
바이엘은 자렐토의 'EINSTEIN CHOICE' 임상을 올해 미국심장학회(ACC) 학술대회에서 공개하는 한편, 국제 학술지인 NEJM 온라인판에 공개했다.
EINSTEIN CHOICE 결과를 발표한 오타와대학 필립 웰스(Philip S Wells) 교수는 "통상적으로 VTE 환자는 색전증 발생후 6개월에서 12개월간 항응고치료를 받는데, 일부 치료를 중단환 환자에서는 심근경색이나 뇌졸중뿐만 아니라 VTE의 재발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의료진들이 VTE 환자에 출혈 위험을 늘리지 않으면서 재발을 막기 위해 리바록사반을 처방할 때, 보다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앞선 연구들에선 와파린이나 리바록사반 등 항응고치료를 연장했을 때 이러한 재발 위험을 줄인다는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그런데 아스피린의 혜택이 늘상 비교됐다.
항응고요법의 치료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아스피린의 VTE 재발 예방효과와 함께 장기간 항응고제를 투약했을때 우려되는 출혈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강점이 부각된 이유다.
때문에 아스피린과 자렐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처음으로 직접비교한 EINSTEIN CHOICE 결과는 해당 이슈와 관련 큰 의미를 가진다는 평가였다.
학계 관계자는 "그동안 임상현장에서는 아스피린이 NOAC보다 안전하다는 믿음이 팽배했는데 이번 결과로 출혈 위험에는 둘 사이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됐다"며 "더욱이 VTE의 예방효과는 아스피린에서 뚜렷이 낮았다"고 밝혔다.
리바록사반10mg 아스피린 대비 VTE 재발 74% 줄여
'1년간 출혈 발생 통계적 차이 없어'
EINSTEIN CHOICE 임상에는 VTE로 항응고치료를 6개월~12개월간 시행한 총 3396명이 등록됐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59세로, 55%가 남성이었다.
이들을 ▲리바록사반10mg ▲리바록사반20mg ▲아스피린100mg 등 3개 치료군으로 무작위 분류해 1년간 치료 성적을 관찰했다.
그 결과, 일차 평가변수였던 'VTE 재발'은 아스피린 투약군보다 두 리바록사반 투약군에서 유의하게 낮았다. 이차 평가변수였던 VTE 재발, 심근경색, 허혈성 뇌졸중, 전신색전증 또한 리바록사반 투약군에서 줄었다.
특히 VTE 재발 비율은 리바록사반20mg 투약군에서 아스피린 투약군 대비 66%가 낮게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리바록사반10mg이 이러한 재발 감소비율이 74%로 더 컸다는 것.
또한 NOAC의 장기간 사용시 우려됐던 출혈 문제와 관련해선 아스피린과 차이가 없었다.
출혈 발생은 리바록사반20mg 0.5%, 리바록사반10mg 0.4%, 아스피린 투약군에선 0.3%로 나타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특별한 이유없이 VTE가 발생했거나 지속적으로 위험요인들을 가진 환자들은 3개월에서 6개월 또는 12개월 후 항응고치료를 중단했을 때 첫 1년 이내에 재발 위험이 크게 늘지만, 대부분의 의료진들이 항응고요법의 위험성에 명확한 근거가 없어 치료를 장기간 지속하는데 주저하는 현실"이라고 지적하면서 "VTE 재발의 예방효과에 큰 혜택을 보여준 리바록사반10mg은 20mg 용량과 함께 또 하나의 치료적 대안을 제공하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자렐토의 경우 의료진들이 최적의 항응고 연장요법 옵션을 선택할 때 환자별 특성에 따라 용량을 달리하는 치료적 대안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연구팀은 "연구에 참여한 환자군은 전형적인 VTE 환자들보다 연령이 젊었기 때문에 고령 환자에 까지 이번 결과를 일반화시킬 수 없다"면서 "향후 진행될 추적관찰 연구에선 다른 환자군을 대상으로 10mg 및 20mg 등 저용량 리바록사반의 혜택이 동등한지를 평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용량 리바록사반 장기간 사용에 근거 쌓였다"
이번 연구가 발표되자 편집자 논평도 실렸다.
캐나다 맥마스터의대 마크 크로우더(Mark A Crowther) 박사와 펜실베니아의대 아담 쿠커(Adam Cuker) 박사는 "저용량 리바록사반의 장기간 사용에는 납득할만한 근거를 가지게 된 셈"이라고 밝혔다.
논평에 따르면, VTE 환자는 두 가지로 구분이 된다. 유발성(provoked) VTE와 비유발성 VTE 환자로 유발성의 경우 수술이나 트라우마 등과 같은 일시적인 위험요인에 의해 발생을 하는 것을 지칭하고, 비유발성 VTE는 일시적인 위험인자가 아닌 특별히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만성적인 암환자 등에서 보여진다.
EINSTEIN CHOICE 연구에서 보여진 저용량 리바록사반의 VTE 재발 예방효과는 이러한 유발성 및 비유발성 VTE 환자 모두에 해당된다는 평가였다.
한편 EINSTEIN CHOICE 임상과 같은 주제로 연구 결과를 내놓은 NOAC이 1종 더 있다.
BMS와 화이자의 엘리퀴스(성분명 아픽사반)가 대표적 사례. 물론 아픽사반의 해당 'AMPLIFY-EXT' 임상은 비교군으로 아스피린이 아닌 위약을 사용했다는 것에서 차이를 보인다.
AMPLIFY-EXT 임상은 2012년 공개됐으며, EINSTEIN CHOICE에 등록된 환자들과 동일한 VTE 환자군을 대상으로 했다.
여기서 1일 2회 용법으로 1년간 아픽사반5mg 또는 아픽사반2.5mg을 위약과 비교했는데, 그 결과 위약 대비 아픽사반 투약군은 출혈 위험의 증가없이 VTE의 재발을 줄였다.
ACC 학회 관계자는 "저용량 리바록사반과 아픽사반은 장기간 VTE 치료법에 근거를 만들고 있다"면서 "VTE 환자 중 많은 이들이 평생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얼마나 치료를 지속할 수 있는지는 VTE의 재발과 출혈 위험을 지켜보면서 고려해야할 문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