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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서둘러 PA 실태 조사를 진행하라

메디칼타임즈
발행날짜: 2017-04-03 11:57:14

대한개원의협의회 김재연 보험이사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서울 시내 한 유명 종합병원 입원 병동엔 의사도 아니고 간호사도 아닌 모호한 신분의 의료진이 있다. 이른바 전담간호사로 불리는 'PA(Physician Assistant, 의사 보조 인력)'다. 간호사 면허로 의사 대신 환자에 대한 간단한 처치나 처방은 물론이고 의사의 처방을 가끔 바꾸는 역할도 한다.

권역응급센터로 지정된 한 지방 대학병원 응급실에도 PA가 근무한다. 그는 응급실로 실려 온 응급 환자의 초진을 본 뒤 교수에게 보고하고 그 교수의 아이디(ID)로 처방까지 내린다. 일부 병원에서는 PA가 의사 대신 수술을 직접 집도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명백한 불법 의료행위다. 해당 병원에선 의사와 전공의가 부족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하지만 병원 경영상 비용 문제와 무관치 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 같은 불법 의료행위를 일삼는 PA를 고용한 병원은 얼마나 될까.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회장 기동훈)가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전국 66개 수련병원 중 52개 병원에서 PA가 의사 대신 수술을 직접 집도한 것을 봤다는 응답자가 나왔다.

전공의 수가 500명 이상인 초대형 종합병원으로 이른바 '빅5'로 불리는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가톨릭중앙의료원 등도 예외가 아니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을 제외한 나머지 4곳에서 PA가 의사 대신 수술을 직접 집도하는 것을 봤다는 응답자가 나왔다.

PA는 고임금의 의사를 고용하는 것보다 저임금으로 단순 반복 작업을 대체할 목적으로 시작 됐다. 상급병원들은 저 수가 정책에 맞서 부당한 저수가 적패에 왜곡되고 있는 한국 의료의 참상에 저항하기 보다 대정부 로비를 더 선호한 결과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대형병원들은 1차 의료 기관의 업무까지 독식해도 저수가 정책으로 적자만 양산 되고 있다. 교수들은 이제는 업무를 맡길 전공의도 마음대로 안 되고 고스란히 자신들의 업무량만 늘고 있다며 불평하고 편법이라도 허용해 달라고 한다.

병원 경영진은 PA가 아닌 제대로 된 의사를 고용해야 한다. 의사가 부족해서 PA를 고용하는 것은 무면허 의료행위교사 행위일 뿐 아니라 단순히 비용 절약을 위한 편법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많이 양산된 불법 행위의 문제인 것이다.

지금은 편법이라도 쓰는 것이 좋을 듯 보이지만 지금도 전문간호사 제도 등을 확대하려는 직역 간 업무 범위를 가지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실에서 향후 의사의 업무 범위가 침해되는 결과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말 것이다. 3차 상급병원에 입원한 환자를 약을 처방하고 치료하고 있는 사람이 의사도 아닌 사람들에게 진료 받고 있는 지도 모르고 있으니 환자를 상대로 하는 커다란 대국민 사기극 이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전문의사제 도입에 대한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 개시할 계획이다. 의사에 대한 평가를 통해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면 배정된 수가를 지급하는 제도다. 일단 제도 도입이 결정되면 약 3600억 원 규모의 가산 수가를 신설할 방침이라고 한다.

그러나 전문의사제 도입 이전에 불법 양산된 PA와 관련한 불법 행위의 실태를 서둘러 조사를 진행하고 의료법 위반 사항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통해 척결 의지를 밝히고 시정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