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지원 없이 강력한 의지만 내비치는 제도나 정책은 공염불일 뿐이다."
호스피탈리스트, 내과 3년 단축 등 굵직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내과학회 엄중식 수련이사(가천대 길병원)가 최근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작심한 듯 복지부에 일침을 날렸다.
호스피탈리스트는 물론 내과 3년 단축에 따른 수련환경의 변화가 탄력을 받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가 정부의 전무한 재정적 지원이라는 게 그의 얘기다.
엄중식 수련이사는 "학회차원에서 내과 3년 단축에 따른 각 수련병원 자격기준을 강화하고 있지만 의료현장이 이를 반영키에는 너무 버거운 상황이라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내과학회는 올해 1년차부터 수련기간을 3년으로 단축하되 강력한 수련교과과정 개편안을 제시, 이와 함께 수련병원 자격기준을 강화키로 방침을 정한 바 있다.
하지만 막상 이를 추진하려 해도 당장 전공의 특별법 등으로 의료공백을 메우기에 급급한 상황에서 수련병원의 자격기준까지 제시하는 것 자체가 난감하다는 얘기다.
엄 수련이사에 따르면 현재 일선 수련병원들은 전공의 정원감축으로 크게 줄인 상황에서 주 80시간 근무를 지켜야 하는 전공의 특별법까지 겹치면서 고심이 커진 상황.
당장 입원환자에 대한 업무공백이 커지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전공의 특별법이 시행된 만큼 일단 기준에 맞추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역부족이다 보니 내과학회에도 각 수련병원의 하소연이 접수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는 "복지부는 수련환경 개선에 대한 의지만 밝혔을 뿐 재정 계획은 없지 않느냐"라면서 "과연 정부가 의지를 갖고 있는 것인지 의심하게 된다. 예산 투자가 없는 정책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속도가 나지 않고 있는 호스피탈리스트 시범사업 관련해서도 정부의 투자가 없는데 효과가 없는 것은 당연할 결과라고 했다.
그는 "아무리 시범사업이라도 처음부터 제대로 재정을 투입해 사업을 추진해야 참여도 늘고 효과가 나오는 것 아니냐"라며 "정부는 비용투입에 대해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지 답답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법만 바꾼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닌데 자칫 아무도 지키지 않는 법이 될까 우려스럽다"라면서 "더 나아가 일부 수련병원은 수련포기 현상이 속출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엄 수련이사는 복지부에 전공의 수련 및 양성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주문했다.
그는 "의료자원정책과장은 수시로 바뀌고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수련제도는 문제가 있다"면서 "적어도 5년 혹은 10년에 걸친 장기 플랜을 세울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수련제도로는 발전이 어렵고 장단에 맞추기도 힘들다"며 "지금이라도 장기적인 로드맵을 제시할 때"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