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강 씨의 의료과실 책임을 80%로 제한하고 유족에게 약 16억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8민사부(재판장 이원)는 고 신해철 씨의 유족이 강 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최근 서울동부지방법원이 내린 강 씨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금고 10개월, 집행유예 2년의 판결도 이번 민사 소송에 영향을 미쳤다.
강 씨는 복부 통증을 호소하는 신 씨에 대해 위장관 유착박리술, 봉합술을 실시했다. 그리고도 복통을 계속해서 호소하는 신 씨에게 진통제만 투여하고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아 신 씨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
강 씨가 한 수술은 복강경과 복강경용 초음파 절삭기를 이용해 소장, 대장, 위, 복만 사이 유착 부위를 박리하고 약해진 소장을 봉합하는 위장관 유착박리술이 첫번째다. 여기에 위 대만 부위를 따라 약 15cm 길이의 위벽을 위 내강쪽으로 1회 집어넣어 주름을 만든 후 봉합하는 봉합술을 더했다.
그리고는 신 씨에게 봉합술에 대한 설명을 하지도 않고 신 씨가 서명한 수술마취동의서에는 진단명에 위밴드 제거라고만 돼 있고 봉합술 예정 내용에 관해 명시하지 않았다.
신 씨가 마지막 서울아산병원으로 전원됐을 때도 강 씨는 의료진에게 비만 수술을 한 바 있다고만 말했다. 의무기록에는 성형을 통한 비만수술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는 용어인 'sleeve gastroplasty'라고 썼고, 수술기록지에는 'small bowel repair'라는 말을 사용했다.
유족은 "수술 후 상태를 보다가 면밀히 관찰해 증상을 파악하고 계속된 심한 통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추가적 검사나 치료, 다른 분야 전문의와 협진이나 상급병원으로의 전원 등 적극적 조치를 했어야 함에도 소홀히 했다"며 의료과실과 설명의 의무 위반을 주장했다.
법원은 강 씨의 의료과실과 설명의무 위반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장폐색 환자에게 유착박리술을 응급으로 시행해는 조건을 전혀 충족하지 않았는데 강 씨는 신 씨가 복통을 호소한지 5시간, 처음 강 씨를 찾은지 3시간 만에 급하게 유착박리술을 시행하기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폐색 환자의 약 70~80%는 수술이 아닌 비침습적 치료만으로도 회복이 된다고 알려져있고 특히 마비성 장폐색은 비침습적 방법으로 치료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유착박리술을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계속된 통증을 단순히 수술 후 통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정도의 통증으로 간주할 것이 아니라 통증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어야만 한다"며 "복부 및 장 유착으로 수술한 환자의 퇴원을 허용하는 조건을 총족하지도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복통을 계속 호소하는 신 씨에 대해 체온, 혈압, 맥박 등 기본적 활력징후 변화와 압통 및 반발통, 소변량 변화 등 소장 천공을 확인하기 위한 중요한 징표들조차 기록을 남기면서 꾸준히 확인하지 않았다. 염증 발생 여부 및 정보를 확인할 수 잇는 CRP 검사 등도 안했다.
법원은 특히 강 원장이 유착박리술과 함께 실시한 봉합술의 이유를 알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신 씨가 서명한 수술마취동의서에는 진단명에 위밴드 제거라고 돼 있고 봉합술 예정 내용에 관해 명시적 기재가 없다"며 "수술기록지에도 봉합술에 관한 내용이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강 씨의 수술 방법 및 목적은 의학계에서 정확하게 지칭하는 용어가 따로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일반적이지 않은 수술"이라며 "마비성 장폐색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볼 수 밖에 없는 봉합술을 왜 한 것인지에 관해 강 진술의 설득력이 상당히 떨어진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