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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차의료 시발점은…3분진료 안해도 생존 가능한 환경

발행날짜: 2017-05-29 05:01:47

특별대담① 일차의료활성화 편 정부에 대한 의사 신뢰 회복이 정책 성공 핵심


|보건의료 정책 공약 특별 대담|

|특별취재팀| 지난 10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3주째에 접어들었다. 보건의료계는 문 대통령이 정책 공약집에 제시한 내용을 바탕으로 새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 행보를 예측하느라 분주하다.

메디칼타임즈는 새 정부 출범을 맞아 문재인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을 짚어보고 정책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서울대병원 권용진 교수(공공의료사업단 정책담당), 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 대한전공의협의회 기동훈 회장과 더불어민주당 조원준 보건복지 전문위원을 한자리에 모아 특별대담을 진행했다.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특별대담에서 대담자들은 일차의료활성화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허심탄회하게 서로의 생각을 얘기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일차의료 역할은 무엇인가

진행: 문재인 정부의 보건의료정책 큰 줄기 중 하나가 일차의료활성화다. 현재 동네의원은 현실은 고혈압, 당뇨관리에 머물러 있는 것 같은데 동네의원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권용진 교수(이하 권): 일단 '일차의료를 살리자'로 얘기를 시작하면 정책논의가 어렵다. 진짜 필요한 논의는 '어떻게 하면 국민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것인가'하는 것인데 의료기관을 1,2,3차로 종별로 구분하고 이 프레임 속에서 논의를 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본다.

서인석 보험이사(이사 서): 그렇긴 하다. 현재 의료기관을 종별로 구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정책적으로 아무리 좋은 프레임을 구축한다고 해도 실제로 국민들이 그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입증된 바 있다.

국민들은 항상 자신이 중증일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있기 때문에 이를 해소해줘야 한다. 재정만 된다면 의원급 의료기관 몇개를 모아서 종합병원 규모의 원내 의원방식으로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본다.

동네의원에서도 의료진이 진료양으로 경쟁하는 것은 줄이고 의료서비스의 난이도에 주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더불어민주당 조원준 보건복지 전문위원(이하 조): 동네의원을 활성화하기 위해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쏠림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 의료공급이 시스템 전체를 왜곡하는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정부가 재원을 투자해도 원하는 정책결과를 얻기 힘든 게 사실이다.

1,2,3차 종별 구분방식과 관련해서도 2차의 역할에 대해 물었을 때 누구도 시원하게 답을 못하더라. 누구의 책임이라는 것과 별개로 의원-병원이 경쟁하는 게 현실이고 이는 정부도 책임이 있다.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놨기 때문이라고 본다.

권: 일차의료라고 하면 환자가 첫번째로 찾아가는 의사라고 해서 '1차의료=동네의원'라고 하는데 사실 국민 입장에선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문재인 정부는 환자를 중심으로 보건의료정책 프레임을 짰으면 한다. 적어도 일차의료활성화 논의를 동네의원vs병원 간의 갈등으로 해법을 모색하면 답이 없다. 실제로 20년 넘게 논의해왔지만 해결하지 못하지 않았나.

서: 개인적으로 일차의료활성화에 대해 고민했던 이유 중 하나는 일반진료(제너럴 프랙티스, general practice)라는 개념이 있어 이 그룹에 속하게 되면 환자 수와 무관하게 기본수입을 보장받는다. 하지만 한국은 동네의원의 만성질환관리라고 하면 내과계 질환만 중심으로 돌아가고 그에 따른 혜택도 희미하다.

1차 의료기관이라고 하면 네비게이터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하지만 이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의료기관 선택권이 제한돼 있는 해외와 달리 한국은 선택권이 열려있어 더 어렵다.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 가령, 일차의료에서는 전문의 중심보다는 내과 3, 정형 1, 신경외과 1, 안과 1 등 소진료권 그룹을 지어 공급할 수 있는 정책도 방법이 될 수 있지 않겠나.

대한전공의협의회 기동훈 회장(이하 기): 일차의료라 함은 환자가 처음 찾아가는 의료기관이다. 사실 전공의 특히 흉부, 외과를 전공한 친구들은 배운 술기를 이어가고 싶은 생각에 개원보다는 봉직을 생각하지만 자리가 없다. 그나마 과거에는 개원하면 어느정도 돈도 벌 수 있다는 부푼 꿈이 있었는데 지금은 개원도 힘들고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 꺼려지는게 사실이다.

조: 일단 일차의료활성화라는 프레임이 만들어진 배경을 설명하자면… 우리는 첫 과제로 동네의원이 제 역할을 하면서도 생존에 위협받지 않는 의료환경을 만들자고 시작한 것이 여기까지 온 것이다.

구조적으로 일차의료라는 것이 네비게이터 역할을 해야하는데 사실 그런 기회를 갖지 못했고, 여기에는 정치적 역학관계도 있었다고 본다. 이와 더불어 의사는 정부를 신뢰할 수 없다는 (체계적이진 않지만)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데 불신을 해소할 수 없다면 다른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

또 한가지 문제는 의료비 차이가 크지 않아 환자들이 큰 병원에 가고 싶다는 욕구를 자극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구조적으로 환자 선택권을 열어둠으로써 의료기관간 경쟁할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은 셈이다. 정부는 이런 결과를 초래한 원점으로 돌아가서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경쟁력 잃어가는 외과계 동네의원 해법은 있을까

진행: 동네의원 중에서도 외과계의 경쟁력은 더 취약한 것 같다. 이들의 생존전략은 무엇이라고 보나.

권: 앞서도 얘기했지만 의료기관의 '생존'에 초점을 두고 논의해선 안된다. 의료계의 문제가 무엇인지부터 생각해야 한다. 솔직히 국민입장에선 세계에서 가장 좋은 의료제도다. 전 세계 가장 저렴하게 각 분야 전문의를 만날 수 있는 제도 아닌가. 문제는 재정위기를 겪는 정부와 너무 싼 가격에 의료행위를 제공해야 하는 의료공급자다. 공부밖에 한 게 없는 의사들이 의료시장의 지나친 경쟁으로 경영까지 공부해야 하는 시대 아닌가.

조급하게 과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꾸준히 합의하고 논의를 이어나가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본다. 의료계는 급진적 개혁은 불가능하다. 공장과 병원의 차이는 공장은 사장이 하라는 데로 노동자가 따르지만 병원은 병원장이 아무리 말해도 의사가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만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중시하는 의사를 제도 안에서 통제하겠다는 것은 지구가 망해도 어려울 것이다. 어떤 원칙이든 의사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줘야 한다. 가령 돈을 조금 벌더라도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다는 모델을 만들고 의사들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해야 제도가 정착할 수 있다.

조: 같은 생각이다. 좋은 제도의 예로 '복잡한 상황을 규정하기 위해 디테일하게 설계하는 제도'와 '여백을 두고 참여자들이 거버넌스를 만들고 진화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면 난 후자 쪽이다. 지역사회 일차의료시범사업도 결국 지역사회 의사들이 참여하는 거버넌스에서 진화한 것 아니겠나.

서: 글쎄, 권 교수님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로드맵을 제시하셨지만 저는 미시적인 관점에서 얘길 좀 하겠다. 그동안의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관리 사업이 실패했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의사에게 신뢰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감성적인 참여자 유도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이혼한 부부가 10년만에 만났는데 갑자기 재혼하자고 하면 뺨맞지 않겠나. 만성질환관리 지원자가 필요하고 여기에 감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즉, 정책 초기에 의사의 신뢰를 얻을 수 있어야 성공하는 정책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명확한 계약없이 막연하게 '되겠지'라고 믿었다가 배신당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의사사회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권: 최근 지역사회 일차의료시범사업이 이혼한 부부가 대화를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기에는 중요한 디테일이 숨어있다. 의사들이 직접 이 사업을 챙기고 이끌었다는 점이다. 겉으로 보면 비슷하지만 속을 보면 굉장한 차이가 있다.

기: 젊은의사로서 하고 싶은 얘기는 나라는 나라답게, 의사는 의사답게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과거의 선배 의사들처럼 돈을 벌 수 없다는 것은 우리도 안다. 적어도 의사가 의사답게 환자를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조: 앞서 언급했듯이 성공적인 정책 모델을 만들어서 시장에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는 게 공감한다. 의료계가 불안해 하거나 공포스러운 길이 아니라는 것을 밝혀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현재 일차의료의 패러다임도 공급자 위주에서 환자 중심으로 바꾸고 의료기관에 어떻게 보상해줄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인센티브(돈)를 주면 투명해하고 성과를 만들어 내서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도록 해야한다고 본다.

진행: 3분진료를 없앤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는 것인가.

조: 분명히 해둘 것은 3분진료가 저절로 사라질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지 이를 전제로 인센티브를 지급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앞서 밝혔듯 애초에 일차의료기관이 어떻게 하면 제 역할을 하면서 생존에 위협을 받지 않을까 했던 것이 일차의료활성화의 프레임이 됐다.

의료취약지 개념도 투트랙이 필요하다. 하나는 전통적 의미의 의료서비스가 도달하지 못하는 의료취약지이고, 또 다른 하나는 중소도시 병상 수는 공급초과이지만 환자가 죽어나가고 있는 곳도 의료취약지로 봐야 한다.

특별취재팀= 진행 및 정리: 이창진, 이지현, 박양명 기자/ 사진: 최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