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은 수술을 못하는 환경이다. 외과적 수술은 큰 병원에서 해야 한다는 프레임을 정부가 만들고 있다."
개원가에서 유방암 '수술'이라는 길을 고집하고 있는 박희붕외과 박희붕 원장은 최근 메디칼타임즈와 만난 자리에서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문제점을 이같이 지적했다.
2013년 처음 시작된 '유방암 적정성 평가'에 꼬박 참여하고 있는 박희붕 원장은 외과계 개원가에 대한 편견의 시선을 체감하고 있다고 한다.
2013년 박희붕외과는 유방암 적정성 평가에서 최하 등급인 '5등급'을 받았다. 3년사이 '3등급'까지 올라섰다. 그만큼 유방암 치료의 질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등급이 올라가면서도 박희붕외과가 만점을 기대할 수 없는 지표가 하나 있다. 바로 인력 구성에 대한 구조지표.
유방암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외과, 혈액종양내과, 병리과,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 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내용인데, 박희붕외과에는 외과 전문의인 박희붕 원장 밖에 없다.
그래서 3년 전에도 25점, 현재도 25점으로 전체 평균보다도 한참 미달이다.
박 원장은 "전문의만 5명이 한 기관에 있어야 한다는 소린데 협진의 개념을 개원가에는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며 "조직 검사는 병리 기관에 맡기면 되고, 영상은 원내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직접 판독하고, 방사선치료는 인근 대학병원에 진료를 요청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문 인력 구성이 치료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며 "방사선 의사가 의원에 굳이 없어도 치료가 가능하다"고 토로했다.
그렇기 때문에 박희붕 원장은 '3등급'이 개원가로서는 가장 높이 받을 수 있는 등급이라고 했다. 평가 대상이 되는 18개 지표 중 16개 지표에서 100점을 받아도 3등급이 나온 상황에서 1등급을 받기 위해 인력을 충원할 일은 없기 때문이다.
그는 "전문 인력 구성 지표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려면 인력을 충원해야 하는데 개원가 현실에서는 어렵다"고 잘라 말하며 "처음부터 유방암 적정성 평가 지표가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다. 전문 인력 구성 지표에 가중치가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적정성 평가라고 하지만 정작 질 관리 지표는 없다"며 "환자 만족도 지표도 없고 환자가 전문의를 만날 수 있는지도 묻지 않고 있다. 적어도 우리 의원에 오는 환자들은 적정성 평가 등급을 보고 오는 것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박 원장은 개원가에서 암 수술을 하는 것은 "쇼에 가까운 것"이라며 자조했다. 수술을 하면 유지할 수 있는 의료환경이 아니다 보니 환자 유인을 위한 시선끌기에 불과한 현실이라는 소리다.
그는 "유방암 수술을 한 번 하면 수가가 100만원 정도가 된다"며 "하루에 한 명 수술을 해도 1시간에서 2시간은 훌쩍 가는 데다 시설비와 인건비를 계산해야 한다. 여기에 입원 환자도 있기 때문에 간호사 야간 당직비까지 더해지면 남는 거도 없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초음파는 한 번에 13만원 정도 하는데 초음파 10건을 하는 게 수술 한 번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낫다"며 "암 환자를 치료한다는 데 의의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박 원장은 개원가에서 수술을 하면 질이 낮다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의료급여법에는 특정 질환을 제외하면 아예 의원에서 수술을 못하게 해놨다"며 "정부도 의원은 외래환자만 봐야 한다는 식으로 국민의 인식을 몰고 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유방암만 해도 의원은 의사가 직접 진단하고, 수술하고 팔로우까지 한다"며 "대학병원은 진단과 수술을 따로따로 한다. 적정성 평가도 시설과 인력이라는 단순한 하드웨어에 점수를 줄 게 아니라 과정에 점수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