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원급과 대형병원 간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해 야심차게 시작한 의뢰-회송 시범사업 1년이 지난 현재 어떻게 바뀌었을까.
메디칼타임즈는 20일 서울아산병원 진료의뢰협력센터(ARC) 이창근 실장(류마티스내과 교수, 서울의대 92년졸)을 만나 지난 1년간 성과와 개선방안을 들어봤다.
단일 병원으로 최대 규모인 5000여개 협력 병의원을 지닌 서울아산병원의 결과표는 예상외로 초라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4월 의뢰-회송 시범사업을 시작할 당시, 서울아산병원의 수도권 협력 병의원 1200여 곳 중 290여 곳이 참여 의사를 표명했다.
4월 현재 시범사업에 참여한 의뢰 병의원 수는 모두 105곳(의원 73%, 병원 17%, 종합병원 10%)으로 지난해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친다.
시범사업 초기 병의원 290곳 참여의사, 1년 후 105곳에 '불과'
오히려 서울아산병원에서 내려 보내는 회송은 74% 증가했다. 외래는 111%, 입원은 8% 증가.
어찌된 일일까. 이창근 실장은 낮은 수가와 행정적 업무를 병의원 감소 이유로 들었다.
이창근 실장은 "의료전달체계 개선 차원에서 의뢰-회송 시범사업이 시작됐지만 1만원에 불과한 낮은 수가로 개원의들에게 동기 부여가 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별도 청구에 따른 심사평가원 의뢰 정보 기재 행정부담도 한 몫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시범사업 수가는 의뢰 병의원 건당 1만원, 회송 상급종합병원은 건당 4만 2000원이다.
의뢰-회송 시범시범 어려움은 이 뿐이 아니다. 회송 환자들의 거부도 현장에서 적잖게 발생하고 있다.
복합질환 노인환자들, 회송 권유해도 거부…"중소병의원 불안감 작용"
이창근 실장은 "중증질환 치료를 끝낸 환자들, 특히 복합질환을 가진 고령 환자들은 해당 지역 병의원으로 회송을 권유해도 안 가려 한다. 환자들은 대형병원에서 진료를 해놓고 작은 병의원에서 내보려한다는 인식도 있다"며 현장의 문제점을 설명했다.
그는 "의뢰-회송이 강제화가 아닌 만큼 의뢰한 환자를 돌려보내도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 지역 병의원에 대한 환자들의 불안감을 감안해 의뢰한 곳을 포함해 복수 병의원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도권과 지역 상급종합병원 간 의뢰-회송 체계 필요성도 제언했다.
이창근 실장은 "중증으로 치료받은 환자들을 지역 내 대학병원으로 회송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할 것 같다. 환자들이 안심하고 치료받은 후 지역 병의원으로 회송할 수 있는 다리 역할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한 수가를 마련한다면 지금보다 의뢰-회송 체계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증질환 환자는 동네 병의원에서 치료받으면 된다는 대국민 캠페인이 시급하다. 중소 병의원의 의료 질을 알 수 없는 만큼 환자도 회송하는 병원도 안심하고 보내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국민 인식전환 캠페인 시급…의료기관에 본 사업 확신 줘야"
힘든 여건 속에서도 서울아산병원은 진료의뢰협력센터 인원을 보강해 간호사 출신 14명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근무하고 있다.
배석한 최정숙 팀장은 "시범사업에 참여한 의료기관에게 시범사업에 그치는 게 아니라 본 사업으로 간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고 전하고 "회송할 병의원 전문의 현황 등을 담은 내용도 심사평가원에서 안내해주면 환자들에게 권유할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창근 실장은 끝으로 "야간 외래 병의원을 감안해 아침부터 오후 7시까지 센터 직원들이 순환하며 의뢰 병의원 전화 상담을 하고 있다"면서 "급성기 질환으로 서울아산병원에 의뢰한 환자들이 치료 후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올해 3월 센터 실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이창근 교수는 류마티스 내과를 책임지는 분과장 역할 외에 보직교수로서 한 달 1~2번 전국 협력 병의원을 방문하는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