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지난 27일 공표한 '의료기관의 제증명수수료 항목 및 금액에 관한 기준' 고시안은 일반진단서·건강진단서·입퇴원확인서 등 30개 항목에 달하는 제증명서 수수료 상한액을 담고 있다.
병의원이 환자에게 상한액을 초과해 받으면 시정명령, 업무정지 등 행정처분을 내리겠다는 게 복지부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고시는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 및 협의 한번 없이 진행한 행정예고다. 의료 제증명서 발급 수수료 상한선을 강제 하는 것은 비급여 제도의 본래 취지에 역행하며 비급여 가격의 획일화를 부추길 수 있다.
또 의사의 직업수행 자유를 침해하고 위임 입법의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특히 현행 의료법이 제증명수수료 항목 및 금액 기준을 고시토록 하고 있는데, 이번에 행정예고된 고시는 기준 금액을 최빈값으로 정해 놓고 이를 초과 징수할 수 없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어 위임 입법의 한계도 벗어났다.
과거 공정거래위원회는 서울시의사회의 의료기관 증명서 발급 수수료 인상 공문에 대해 "사업자단체금지행위는 가격결정에 관한 것으로서 경쟁 제한성이 크다"며 과징금 5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은 복지부가 행정예고한 의료기관 제증명서 수수료 상한 기준 고시에 행정소송 등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했지만 소송결과가 나오기 까지는 수년이 걸린다.
그럼에도 이번 고시가 이대로 시행된다면 고시 금지 가처분신청과 헌법소원은 당연히 해야 할 것이다.
의사가 발급하는 진단서 등은 단순한 서류가 아니라 의학적 판단과 진료기록을 담은 고도의 지식 집약적 문서다. 의사에게 법적 책임까지 뒤따르는 중요한 문서로 거부시 행정처벌도 각오해야 한다.
의료진의 진단서 등은 분쟁 가능성 등의 법적 부담감, 의료인으로서 갖춘 전문지식에 대한 보상으로서 발급비용은 의료기관 스스로 정하해 수수료를 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진단서는 의사 자신의 이름으로 발행돼 법률적 책임이 따르는 공식문서다. 진료 기록을 따로 정리해서 검토해야 하는 등 발급에 들어가는 시간과 업무량에 비하면 현재 청구 중인 수수료도 턱없이 부족하다.
저수가 의료 급여 통제도 부족해서 이제는 비급여 가격까지 국가가 통제하려 하는 것이 자유 민주 국가에서 할 수 있는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행정예고 기간인 만큼 복지부는 제증명서 수수료 상한 기준 고시를 전향적으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