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 퇴원대란이 없었다는 보건복지부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신경정신의학회 권준수 정신보건법개정 TFT위원장(차기 이사장, 서울대병원)은 5일 인터뷰를 통해 정신보건법 시행 한달 째를 맞이해 성공적으로 자평하는 복지부에 향해 일침을 가했다.
겉으로는 법 시행 이후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는 것처럼 주장하지만 의료현장은 점점 더 왜곡되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복지부는 지난 5일 정신보건법 시행 이후 한달이 지났지만 학회 등 일각의 우려와 달리 정신병원 강제입원 환자의 퇴원대란은 없었다고 자체평가 결과를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한달간 강제입원 환자 중 퇴원환자 수는 일평균 약 227명으로 법 시행 이전 평균 약 202명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다시말해 법 시행으로 정신병원 환자의 퇴원대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신경정신과학회의 주장은 기우였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권준수 위원장은 "복지부가 법 취지와는 다른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퇴원대란을 막은 것일 뿐"이라면서 "이를 성공한 제도인 것으로 여론을 호도해선 안된다"고 꼬집었다.
현재 정신보건법은 보호의무자 동의입원 조항에 따라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는 물론 관련 제출 서류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재판부 또한 판결을 통해 보호의무자 2인이 동석하고 보호자임을 증빙하는 서류를 갖출 것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입원 가이드라인은 개정된 정신보건법과 상충된다는 게 권 위원장의 지적이다.
권 위원장은 "복지부는 입원 가이드라인을 통해 (의료진이) 마음만 먹으면 퇴원을 하지 않아도 되게끔 만들어놨다"면서 "결과적으로 개정된 정신보건법은 시행자체가 의미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정부는 환자의 인권보호를 내세워 법에서는 자타해 위험성이 있는지의 여부와 치료 필요성이 모두 있는 경우에만 입원이 가능하도록 했지만, 입원 가이드라인을 통해 사실상 법에서 정한 잣대를 풀어놨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앞서 학회에서 정신질환자의 퇴원대란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자 모법과 상충되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해당 문제점만 차단해놓은 꼴"이라고 했다.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 보다는 학회 등 일각에서 지적하는 이슈를 차단하는데 급급하다는 지적. 즉, 법 시행 이후 퇴원대란이 없었던 것은 복지부가 짜놓은 각본에 따른 것이라는 얘기다.
더 문제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의료진이 모든 법적인 책임을 져야한다는 점이다. 환자와 법적분쟁이 발생했을 때 복지부의 입원 가이드라인은 의료진을 보호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권 위원장은 "모법에선 제한하고 있는 부분을 가이드라인을 통해 허용해두면 추후에 그에 따른 법적인 책임은 누가질 것인지 묻고 싶다"면서 강하게 우려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더 이상 국민을 우롱해선 안된다"라면서 "마치 법 개정을 통해 정신질환자들의 인권을 향상한 것처럼 홍보하면서 실상은 의미없는 법을 강행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