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24시간 이상 응급실 체류환자에 대한 행정조치 규정을 마련한 것을 두고 의료현장에선 현실적인 한계에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10일 복수의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사실 응급실 내 환자 체류시간은 구조적인 문제인데 이를 강제화한다고 해결될 일인지 의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응급의학회 양혁준 이사장(길병원) 또한 "회의를 통해 대책이 있을지 논의를 했지만 답이 안나온다"라면서 "학회 차원에서는 정부 측에 5%라는 수치로 제한해야 하는지에 대해 거듭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는 복지부는 24시간을 초과한 응급실 체류환자가 5%이상인 경우 행정조치를 취한다고 밝힌 데 따른 것.
복지부는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과태료 등 패널티를 부과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지키지 못한 해당 의료기관은 보조금 가감제 등 행정조치를 적용한다.
응급실을 운영하는 의료기관 입장에선 24시간 이내에 응급실로 내원한 환자를 전원하거나 입원시켜야 하는 강력한 미션이 생긴 셈이다.
복지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24시간 응급실 체류환자가 5%이상인 의료기관은 2017년 현재 14개소. 정부 정책에 따라 매년 감소 중이지만 10곳 넘는 의료기관이 5%를 넘는다.
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안에 맞추려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지방의 A국립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선언적 의미는 있는지 몰라도 강제로 제한하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해외의 사례에서도 정해진 시간 내에 응급환자가 사라지도록 하자 중증환자를 전원하거나 응급실 과밀화가 극심할 때 접수를 안 받아주는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게 그의 설명.
그는 "응급실에 응급환자가 오더라도 통계적으로 시간을 맞추기 위해 접수시간을 늦추는 등 각종 편법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도 "응급실 장기체류가 환자에게 안좋다는 것은 누구보다 의료진이 잘 알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어 있는 것"이라면서 "강제화한다고 해결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응급의학회 양 이사장은 "응급실 체류시간은 결국 입원할 병동이 없기 때문"이라면서 "일개 병원이 노력해서 될 일이 아닌데 안타깝다"고 전했다.
고질적인 응급실 과밀화 지적을 받는 대형 대학병원 상당수가 응급실 체류시간이 길어지는 원인이 병동 부족인 만큼 근본적인 문제해결도 달리 찾아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중앙응급의료센터 윤한덕 센터장은 "현실적인 문제점이 제기되는 만큼 정부 차원에선 목표치를 제시할 필요가 있는 것"이라면서 "변화는 힘들겠지만 기존의 관행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료 현장에선 부작용 우려가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법을 제정하면 병원 차원에서도 프로세스를 바꾸고자 고민을 할 것이고 궁극적으로 환자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