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된 6월 한 달 동안 제대로 된 교차진단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시행 한 달 동안 예외규정으로 같은 의료기관 전문의의 입원 결정을 허용한 만큼 당연한 현상이라는 의견이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14일 복지부가 제출한 '시도별 정신질환자에 대한 의료기관 자체진단 현황'을 공개했다.
공개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된 6월 한 달 동안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에 있어 10명중 6명이 같은 의료기관 전문의의 자체진단을 통해 입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한 달 간 동일한 의료기관에서 자체진단을 통해 입원한 환자의 비율이 전국 평균 58%로 나타났다.
시도별로 보면, 신규입원과 계속입원을 합한 전체 입원환자의 자체진단 입원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전남(75%)이었고, 경북(72.5%), 경남(67.8%) 순이었다. 충북(66.4%), 광주(63.6%), 부산(62.3%), 대구(56.3%), 경기(54.7%), 충남(52.0%) 지역 역시 전체진단 대비 자체진단 비율이 50%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신규입원의 경우 자체진단의 비율은 11.1%로 전체진단건수 5553건 중 자체진단이 616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계속입원의 경우 자체진단 비율이 71.7%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자체진단 건수로 살펴보면, 1만 4660건으로 신규입원의 616건 보다 23배 높게 나타났다.
즉 신규입원의 경우 서로 다른 의료기관 전문의가 진단하는 '교차진단'이 어느 정도 적용됐지만, 기존에 입원한 환자에 대해선 동일한 의료기관 소속의 전문의 진단이 대부분 이뤄진 것이다.
아울러 계속입원 전체진단 2만 438건 중 요양병원은 8321건을 차지했다. 계속입원환자 10명 중 4명이 요양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요양병원은 자체진단비율 89.8%의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종합병원과 병원도 각각 86.9%와 84.5%로 종별 가릴 것 없이 높은 자체진단율을 보이고 있다.
김승희 의원은 "정신보건법 개정으로 자의입원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나, 6월 강제입원 환자 10명중 6명이 자체진단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정신질환자의 치료받을 권리와 인권이 함께 보장할 수 있도록 정부와 의료계 모두 나서야한다"고 밝혔다.
"예외규정 만들어 놓고 지적? 현실적용 어렵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시행 한 달 동안에는 동일한 의료기관 소속의 전문의도 입원진단이 가능하도록 열어준 당연한 통계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더욱이 예외규정으로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면 우려했던 입원 대란이 발생했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복지부는 전문의 예외규정을 마련, 시행 한 달 동안에는 전문의가 부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해 같은 의료기관의 전문의가 추가진단을 통해 입원을 결정하도록 밝힌 바 있다.
수도권의 A정신병원장은 "복지부가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한 달 동안에는 예외규정을 마련해 전문의가 부족한 경우 같은 의료기관 소속의 전문의의 추가진단을 허용해줬다"며 "만약 예외규정이 없었다면 입원 대란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료계는 앞으로는 동일한 의료기관 전문의의 입원진단이 허용되지 않은 만큼 하루 빨리 교차진단 전문의 인적 인프라를 정부차원에서 확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정신병원장은 "예외규정을 통해 한 달 동안에는 계속 입원진단을 내림으로써 환자 퇴원 대란이 발생되지 않은 것"이라며 "현재 전문의가 부족해 민간병원까지 동원한 상태인데 올바른 법 시행을 위해서는 인적 인프라 구성이 먼저"라고 말했다.
그는 "3개월 이 후에는 입원 진단 시 무조건 서로 다른 의료기관의 전문의 2명의 의사가 진단해야 하는 상황인데 지금 이 상태로 진행된다면 우려했던 입원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