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화학요법으로서 넥사바의 근거(혜택)가 충분히 쌓인만큼, 혜택이 불분명한 이들에 경동맥화학색전술(TACE)의 과도한 사용을 줄이고 표적항암제의 적용시기를 앞당기자는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1차약으로 사용되는 넥사바 '이후 최초 대안 옵션(2차약)'이 식약처에 첫 적응증 확대 허가를 받으면서, 이들 표적항암제의 치료전략은 혜택 근거와 쓰임새를 더욱 강화했다. 절제 불가능한 간세포암 환자들도 이제 '1차요법에서 2차요법으로 이어지는' 전신치료 계획 수립이 가능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넥사바를 뒤따르는 2차약 '스티바가(레고라페닙)'의 등장은, 그런 의미에서 TACE의 과도한 사용에 의문을 던지고 있는 셈이다.
17일 스티바가 미디어간담회에서 만난 연세의대 김도영 교수(신촌세브란스병원)는 "10년 전 간암 영역에 표적항암제 소라페닙이 등장하기 이전에는, 치료방안으로 TACE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다"면서 "하지만 표적항암제에 대한 근거가 축적된 가운데 현재 학계에선 혜택 확인이 안 되는 이들에 과도한 색전술을 줄이고 표적항암제의 사용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논의들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TACE의 불응 및 실패 개념'에 대한 학계 컨센서스(합의)를 명확히 하는 한편, 간암의 적기 치료를 놓고 표적항암제의 생존율 개선 혜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로 분석된다.
김 교수는 "학회 차원에서 TACE의 불응 및 실패의 정의에 대한 회원들의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 하고 있다"면서 "추후 설문 결과를 통해 학술회 등에서 본격적인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색전술 불응 환자에서 표적항암제의 사용을 빨리하자는 데엔 그럴만한 이유가 나온다.
앞서 TACE 불응 환자를 대상으로 일본에서 진행된 연구 결과, TACE 유지 시행군과 소라페닙 투여군의 전체 생존기간(OS) 중앙값은 각각 13.6개월과 24.7개월로 소라페닙 투여군에서 11.1개월이 더 길었다. 눈에 띄는 점은 TACE에 불응한 중기 간세포암 환자들은, 소라페닙으로 변경하자 치료 결과가 좋아졌다는 대목이다.
이와 유사한 디자인으로 설계된 대만의 임상에서도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TACE 불응 환자에서 소라페닙으로 변경한 환자의 OS 중앙값은 25.4개월, TACE를 지속한 환자에선 11.5개월로 극명한 생존기간 혜택 차이를 보인 것이다.
표적항암제 적용시기 '새로운 치료 컨셉' 본격 논의
활시위는 당겨졌다. 최근 TACE의 불응 및 실패 정의가 학계 화두로 떠오른 이유는 뭘까.
색전술 불응이나 실패에 대한 확실한 개념 정립이 안 돼있다보니, 반복적인 TACE 시행에도 증상이 악화되는 해당 간암 환자에선 표적항암제 치료전략의 적용이 지체되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에는 2014년 간학회(JSH) 개정안에 TACE 불응 및 실패 기준을 제시했으며, 대만은 작년 11월 1일부터 소라페닙 급여 대상에 TACE 실패 환자를 추가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한 상황이다.
올해 대한간암학회 신임 회장에 취임한 국립암센터 박중원 교수(간암센터 소화기내과)의 이력에서도, 국내 중기 이상의 간암치료 패러다임에는 향후 변화가 점쳐진다. 간암학회의 신임 수장인 박 교수가 국내외에 걸쳐 '색전술 불응 및 실패 환자 정의'에 대한 개념을 주도적으로 연구한 인물이기도 한 이유.
박 교수는 취임 전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적으로 TACE를 널리 사용하고 있지만, TACE의 반복적인 사용은 명확한 치료 혜택없이 간기능을 악화시킬 수 있다"면서 "소라페닙이 도입된 이후 새로운 치료의 컨셉이 잡히면서 글로벌 가이드라인도 TACE 불응성 또는 실패 환자의 정의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색전술 불응 및 실패 환자 정의는 최근 아태국가 간세포성암 치료 합의안(EPOIHCC Consensus)을 통해 어느 정도 합의된 부분은 있지만, 아직 전 세계적 합의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 "색전술 시행에 따른 기간 및 횟수와 관련해 직접 진행한 연구에선, TACE 시행 후 잔존암이나 재발에 대해 6개월 내 3회의 반복적인 색전술을 시행한 경우 색전술을 시행하더라도 질환이 계속 진행을 할 가능성이 높았다"고 덧붙였다.
대만에선 해당 연구 결과를 근거로, 소라페닙의 보험급여 규정이 개정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스티바가 업은 넥사바…렌바티닙 진입? "실제 혜택 검증 필요"
표적항암제의 조기사용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넥사바에 이은 2차약 스티바가(레고라페닙)의 합류는 치료 전략 강화 측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김도영 교수는 "중간 병기에서 임상 결과를 근거로 했을 때, 소라페닙에서 위약으로 넘어간 환자군(19.2개월)에 비해 소라페닙에서 레고라페닙로 전환한 경우 26개월이란 생존율 연장 혜택은 상당히 의미있는 수치"라면서 "소라페닙에 실패한 환자들을 레고라페닙으로 전환 치료하면서 전체 생존율 증가 뿐아니라 병기별 간암 치료전략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하나 관건은 스티바가 적응증 확대의 근거가 된 RESORCE 3상 결과를 살펴보면 아시아 환자가 40% 정도, 국내 간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B형간염 환자가 40% 정도 포함됐다는 사실도 주목할 점이다.
이를 토대로 한 스티바가의 적응증 확대 승인은 말그대로 쾌속행보였다. 지난 4월 미국FDA에 허가 확대를 시작으로 6월 일본후생노동성, 7월 우리나라에서도 진행성 간세포암 환자의 2차 치료제로 확대 허가를 받았다.
성균관의대 임호용 교수(삼성서울병원)는 "암 치료 지침의 대표격인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2017년 가이드라인에서도 레고라페닙을 Child-Pugh class A 경우 소라페닙 투약 이후 사용할 수 2차약으로, 강력 권고수준인 카테고리-1으로 추천했다"면서 "일각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하기도 하지만, 실제 확인 결과 넥사바를 투여하던 환자에서 보고된 안전성 프로파일과 거의 유사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넥사바를 통해 축적된 그동안 임상경험이 충분하기 때문에, 용량을 감량하거나 치료를 잠시 연기하는 등의 방안으로 환자 관리전략에 큰 애로사항은 없을 것이라는 조언이다.
넥사바, 스티바가의 개발사인 바이엘에서 시행한 신약 조기접근성 프로그램(early access program)에 의하면, 일부 환자의 경우 넥사바에 적응된 탓도 있지만 스티바가로 넘어온 환자에서 안전성 프로파일은 더 좋게 확인되기도 했다.
전신화학요법으로서 표적항암제의 조기 적용에 대한 방향성은 다르지는 않았다. 임 교수는 "앞서 일본, 대만의 연구 결과 등에서 보여졌듯 전신화학요법으로 넥사바를 사용하는 시기가 점차 빨라지는 추세"라고 되짚었다.
한편 넥사바와 직접비교 3상임상을 발표하며 공격행보를 보이는 렌비마(렌바티닙)에 대한 평가도 나왔다. 임 교수는 "1차약 진입이 거론되는 렌바티닙의 경우엔, 실제 임상현장에서의 혜택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