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스텐트 시술이 과도하게 이뤄지고 있어 의료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도 함께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길병원 흉부외과 박국양 교수는 19일 서울의대에서 열린 대한의료법학회 월례발표회에 참석해 심장 혈관 질환에서 스텐트 시술의 문제점에 대해 발표했다.
박 교수는 "심장혈관 질환은 외과와 내과가 긴밀히 도와야 하는 분야"라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심장내과 결정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일부 중소병원에서는 흉부외과 의사도 없는 상황에서 응급으로 스텐트 시술을 하다보니 의료사고가 발생하고, 한국소비자원을 통해 관련 자문도 많이 하고 있다"며 "누가 누구를 비난하는 차원이 아니라 한번은 알려야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스텐트와 관상동맥이식술 비율이 비정상적이다.
그는 "선진국에서는 대부분 스텐트시술과 수술 비율이 약 3:1이나 4:1을 넘지 않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병원마다 비율이 다르지만 30:1이 넘는 경우도 있다. 2015년 심장재단 발표를 보면 평균 13:1 비율로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실정상 여러가지 요인이 있지만 가장 큰 요인은 결국 심장내과 의사에 의해 과도한 스텐트 시술이 이뤄지고 있다고 결론내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설명의 의무와도 직결될 수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심장환자가 응급실이나 외래로 왔을 때 가장 먼저 환자를 보는 의사는 심장내과 의사"라며 "진단과 시술 의사가 임상 현실에서 시술과 수술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환자에게 설명하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편중된 지식을 가진 환자와 보호자가 시술이 필요하다는 의사말만 믿고 시술하는 게 대부분"이라며 "환자가 스텐트 시술과 수술 사이에 있을 때 각각의 치료법에 대한 장단점을 보호자와 환자가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흉부외과 수술은 심장내과에 의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환자가 치료 방법에 대해 설명을 듣기도 힘들고, 상대적으로 수술 선택률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특히 스텐트 시술보다 수술이 더 우수한 치료 결과를 낼 수 있는 좌주관상동맥과 3중 혈관협착(3VD) 같은 복잡성 혈관협착병변에 대한 급여기준은 현재 보다 더 엄격해야 한다고 했다.
보건 복지부는 2015년 스텐트를 3개 이상 심어야 할 때는 흉부외과 의사의 자문을 받아야 한다는 급여기준을 폐지하고 흉부외과와 심장내과가 협진했을 때 수가를 주는 통합진료료를 신설했다.
박 교수는 "정부는 통합진료비를 신설하면서 스텐트 개수 같은 급여기준을 완화했다"며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 차원에서 무분별하게 스텐트 삽입술을 하는 것은 특성 이익수해자를 위한 정책이라는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통합진료비 청구도 의무 사항은 아니기 때문에 무분별한 스텐트 시술을 규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보니 일부 병원에서 흉부외과 의사가 없이 스텐트 시술을 하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박 교수는 "스텐트 개수가 적더라도 병변 자체가 석회화 돼 있는 등 위험하다면 외과 의사가 백업 된 상태에서 내과 의사가 시술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간단한 스텐트 시술이라면 문제 없겠지만 복잡성 병변은 관상동맥촬영술 결과만으로 시술을 쉽게 결정해 시행했을 때 결과가 매우 심각해질 수 있다"며 "최근 소비자원 접수 사례를 봐도 스텐트 규제가 풀리면서 심각한 사망 사례가 증가함을 알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나 소비자원에서 무리한 스테트 시술로 인한 분쟁이 생겼을 때 보다 엄격한 시선으로 판단을 한다면 의료계도 자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