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적 비급여를 급여화하는 문재인 케어에 대해 전문과목마다 다양한 의견을 쏟아내고 있어 조율에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전면 급여화의 문제점에는 공감하면서도 각론에서는 온도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 특히 문재인 케어에 대한 저항의 강도도 각각이라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대한의사협회는 의협회관 2일 3층 회의실에서 의협 보험위원회, 대한개원의협의회, 각 학회, 각과 개원의협의회 소속 보험위원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연석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보험위원들은 문재인 케어의 심각성에 대해 일정 부분 공감하면서도 각론에 대해서는 일부 이견을 보였다. 각 과목마다 이해관계가 달랐기 때문이다.
임익강 의협 보험이사는 "문재인 케어에 맞서 오른손에는 칼을, 왼손에는 주머니를 쥐고 나서야 한다"며 "전쟁에 참여하되 주머니에 무엇을 담을지를 고민하고 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날 자리에서는 각 전문과목별로 문재인 케어 시행시 비급여로 반드시 남겨야 하는 항목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
또한 만약 문재인 케어가 현실화될 경우 각 전문과목별로 이뤄내야할 부분에 대해서도 의견을 모았다.
산부인과학회는 양수검사와 융모막 검사가 고위험 산모의 선택에 의해 시행되는 검사니 만큼 급여 전환 항목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과학회는 시력 교정을 위한 레이저 각막굴절수술과 쌍커플 수술, 우수정체삽입술 등이 급여화된다면 상업적으로 남용될 수 있다며 이를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뇨기과학회는 성기능장애평가에 대해 발기부전 자체가 비급여 항목인데 평가만 급여화된다는 것이 비합리적이라고 주장했고 신경과학회는수면다원검사 등이 2회 이상 시행이 필요하지만 급여화될 경우 횟수가 제한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봤다.
이외에도 재활의학회는 도수치료, 언어치료, 체외충격파 등이 비급여로 남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진단검사의학회는 가용성결합물질, 인터루킨가용성수용체 등이 급여화가 불가능하다고 요구했다.
이처럼 각 학회와 의사회가 무려 44개에 달하는 의견을 쏟아내면서 과연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질 수 있겠느냐는 의견도 나왔다.
임익강 의협 보험이사는 "나온 의견을 대충만 검토해도 메아리에 그칠 수 있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의견이 많다"며 "한 학회는 10여개의 항목을 제시한 만큼 이에 대한 의학적 근거와 재정적 근거를 제출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각 학회별로 반드시 제외돼야 하는 부분이나 해결돼야 하는 부분을 최우선 순위로 1~2개로 압축해 달라"며 "이대로라면 논의 자체가 힘들 수 있다"고 토로했다.
이로 인해 일부에서는 과연 이러한 연석회의가 의미가 있겠냐는 의구심도 내놨다. 이러한 의료계의 주장이 과연 받아들여 질 수 있겠냐는 것이다.
대구광역시의사회 관계자는 "정부가 과연 이러한 항목 중 얼마나 들어줄지 의문"이라며 "아마도 거의 안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그는 "만약 정말 정부가 전향적으로 협상에 나선다면 이러한 일부 항목을 제외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관철된 급여시스템을 포지티브로 바꾸는 것이 우선"이라고 제언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논의 자체가 협상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렇게 일부 항목만 제외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전라북도의사회 관계자는 "지금까지 경험으로 봤을때 단 하나의 항목만 급여화되도 파급력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다"며 "수요 예측조차 불가능한데 수천개의 항목이 급여화된다는 것이 어떠한 의미인지 모르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문제부터 짚어야지 각론을 논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전면 반대를 할지, 또한 어떻게 반대를 할지 논의해야지 무슨 항목을 제외할 것인지 논의할 시점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일반과개원의협의회 관계자도 "정책 자체가 잘못된 만큼 전면 재검토를 요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찬성을 전제로 협상 카드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일부 비급여를 남겨달라는 등의 방식이 아니라 원천적인 재검토를 요구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한편에서는 아예 문재인 케어를 받되 다른 부분을 요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한 주류에 편승한 의견을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결국 각 전문과목별로, 학회와 개원의사회별로 문재인 케어와 이에 대한 보상책에 대해 동상이몽을 하고 있는 셈이다.
소아과학회 관계자는 "우리는 비급여가 하나도 없고 문재인 케어와도 전혀 관계가 없다"며 "그런면에서 소아과가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서는 누구나 알고 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또한 그는 "지금 중요한 것은 비급여의 급여화보다 진찰료 인상이 더 선결과제다"며 "우리는 의사인데 비급여를 지키는 것보다 제대로된 진찰료를 받는게 우선 아니냐"고 덧붙였다.
흉부외과의사회 관계자는 "개원의 비중에서 우리는 늘 소수였고 그렇기에 우리의 불이익과 의견을 묻히기 일쑤였다"며 "다수의 의견만 받지 말고 늘 불이익을 받는 우리와 같은 소수의 이익도 지켜달라"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임익강 보험이사는 "이번 한번으로 각 전문과목별 의견과 의료계의 공통된 방향을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며 "지속적으로 연석회의를 진행하며 서로가 이해할 수 있고 함께 노력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가자"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추무진 의협 회장을 비롯한 전국 시도의사회장들은 대전의 한 식당에서 보건복지부 주요 인사들과 만나 문재인 케어의 후속 대책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복지부는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적정수가 책정을 위한 공동연구를 제안했고 이를 두고 지도층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한 시도의사회장은 "협상이냐 투쟁이냐 결정을 내는 자리가 아니라 복지부 얘기를 한번 들어보자는 자리인 만큼 결정을 내지는 않았다"며 "대부분 회의적 입장이었지만 이에 대한 의료계 내부에서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