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 측정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정부 정책은 따라오지 못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혈압기 교체가 시작되면서 우리나라도 이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지만 의사들만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임상고혈압학회 김일중 회장은 3일 추계학술대회에서 "혈압측정의 패러다임이 변하면서 이제 의사가 진료실에서 활용하던 수은 혈압계는 서서히 퇴출될 것"이라며 "2020년 완전 퇴출이 예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미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조만간 혈압계 교체가 시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2016년 캐나다 고혈압학회 가이드라인을 보면 의사가 직접 측정하는 수은 혈압계 오차가 자동혈압계에 비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의사가 진료실에서 직접 혈압을 재는 것보다 진료 전후 혈압을 측정하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는 연구도 나왔다.
결국 앞으로 진료실에서 진행되던 혈압측정이 진료전에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측정하는 방식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김 회장은 "의사의 수은 혈압계 측정이 진료 전후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1분 간격으로 세번 이상 전자측정기로 측정하는 것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할 것"이라며 "지금 사용하는 수은 혈압계는 완전히 퇴출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러한 수은 혈압계 퇴출이 의사들만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임상고혈압학외의 의견이다. 의사들이 자체적으로 폐기할 수 없는 물건이라는 것이다.
김일중 회장은 "하다 못해 수은 전지도 별도로 폐기 절차가 있는데 의사들이 쓰는 수은 혈압계는 유효기간도 폐기 절차도 없다"며 "조만간 대규모로 폐기가 불가피한데도 이에 대한 제도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미나마타 협약으로 이미 2020년까지 국제적으로 수은 폐기물을 정리하기로 결정한 상태"라며 "학회는 이미 워킹 그룹을 만들어 대비중이지만 정부는 잇따른 요청에도 묵묵부답이다"고 털어놨다.
따라서 하루 빨리 정부와 학회, 환경단체 등이 힘을 합쳐 수은 혈압계의 퇴출 기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임상고혈압학회의 의견이다.
김 회장은 "정부와 의협, 의사들, 환경단체 등이 협의해 폐기 절차와 방법에 대한 기전을 만들어야 한다"며 "학회는 이미 준비를 끝낸 만큼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