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효과일까. 보건의료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5일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총 96개 사업장 중 62개 사업장이 교섭에 성공했다.
특히 의미있는 것은 이번 협상을 계기로 약 520여명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함과 동시에 13개 사업장에서 1300여명의 인력을 확충, 근무조건을 크게 개선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국립중앙의료원은 무기계약직 28명, 기간제 101명, 상시지속업무 파견용역직을 포함해 약 28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어 서울대치과병원은 15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으며 서울시동부병원도 48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부산대병원, 전남대병원, 보훈병원 등 상당수 공공병원이 최근 확정된 '공공병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기준에 맞춰 교섭을 진행, 타결했다.
공공병원에서 시작된 정규직 전환 바람은 민간 의료기관까지 확산, 정규직 전환을 이끌었다.
경희의료원은 58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약속했으며 고대의료원 40명, 조선대병원 34명, 이화의료원 30명, 한양대의료원 16명 등을 각각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핵심과제로 꼽고 드라이브를 걸어온 바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를 계기로 올해 노사협상에서 정규직 전환 등 노조원들의 근무조건 개선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각 의료기관들은 임직원의 고용안정화를 위해 일정 부분 이상의 예산을 추가로 편성해야하는 상황이다.
부산대병원은 간호사 118명을 추가 채용, 2019년까지 간호등급을 1등급으로 높이기로 약속했으며 전남대병원도 105명의 인력를 확보하면서 응급실을 2등급, 중환자실 1등급으로 상향조정했다.
한양대의료원은 간호등급을 대폭 확충, 응급의료센터 1등급으로 상향 조정했으며 한양대 구리병원의 일반병동은 75명의 추가인력을 확충하면서 간호등급을 1등급으로 높였다.
이화의료원도 21명 인력을 보강하면서 중환자실을 1등급으로 맞췄으며 아주대의료원은 62명을 추가 채용하면서 1등급으로 올렸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최근 정규직 전환 등 희소식이 들려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이는 앞으로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현재 교섭을 마무리짓지 않은 49개 사업장까지 인력확충 및 정규직 전환 규모를 파악하면 약 1만여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과제도 남았다. 최근 승전보를 올리고 있는 의료기관은 보건의료노조 산하의 병원으로, 공공운수노조 산하 의료기관 상당수는 정규직 전환은 물론 교섭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즉,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을 맞지만 보건의료계 전체로 확산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보건의료노조의 경우 최근 대통령 직속 일자리 위원회와 손을 잡고 노사정 정책협의를 진행하는 만큼 병원과의 교섭에서도 힘을 받는 반면 이에 참여하지 못한 공공운수노조는 이렇다할 성과가 없는 실정이다.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서울대병원 등 상당수 의료기관이 교섭을 시작조차 못했다"라면서 "정규직 전환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일각의 희소식이 보건의료 전체로 확산됐으면 생각하고 있지만 전북대병원, 충북대병원 등 모두 교섭 상황이 좋지 못하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