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급여화 정책으로 산부인과에 어둠이 드리면서 전공의 모집을 앞두고 교수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저출산 시대에 환자군도 줄고 있는데다 그나마 수익을 보전하던 비급여 영역이 사라지면서 인턴들의 외면이 더욱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A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12일 "그나마 최근 몇년간은 공급 부족에 대한 기대감으로 정원은 채웠는데 지금 같아서는 다시 악몽이 시작되는 분위기"라며 "인턴들의 외면이 심각한 수준이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요즘 인턴들은 정책에도 민감한데다 돌아가는 분위기를 귀신같이 감지한다"며 "당장 몸값보다 10년후 먹거리를 보며 전공을 정한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산부인과는 2000년대 들어 지원율이 크게 떨어지며 흉부외과 등과 대표적 기피과로 꼽혔지만 최근 몇년 들어서는 지원율이 상승하며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었다.
지속적으로 지원율이 추락하면서 절대적 공급이 줄어들자 몸값 상승을 기대하며 인턴들이 움직인 셈이다.
이로 인해 2000년대 초반 전공의 지원율이 58%에 불과했던 산부인과는 2014년 95%, 2015년 100%를 기록하더니 2016년에는 정원을 넘기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는 듯 했다.
하지만 최근 초음파 전면 급여화에 이어 난임 사업이 연이어 급여로 전환됐고 문재인 케어로 인해 상급병실 마저 급여 전환이 가시화되면서 이러한 희망에 어둠이 드리고 있는 것.
B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산부인과에 관심을 보이며 지원을 고민하던 인턴들이 급격히 냉랭해 진 것이 느껴진다"며 "이미 교수들 사이에서도 이번 전공의 모집은 망했다는 얘기들이 들려오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또한 "환자 N수는 계속해서 줄어드는데다 그나마 수익을 보전하던 비급여까지 모조리 없어지고 있으니 아무리 수요와 공급 논리를 들이대더라도 미래를 낙관하기 힘들지 않겠냐"며 "그들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각 의국들은 물론 대한산부인과학회 등 유관기관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마땅한 대안도 없다는 점에서 모두가 발만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배덕수 이사장은 "산부인과 지원을 희망하던 인턴들이 이미 빠져나가기 시작했다는 분위기는 알고 있다"며 "병원마다 지원자들이 많이 줄었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지만 사실 방법이 없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아울러 그는 "일본에서 산부인과에 외국 의사들을 쓰고 하는 상황이 벌어진 이유를 우리나라가 그대로 답습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라며 "일본도 1년에 100건만 분만을 하면 경영이 가능하도록 대대적으로 예산을 투입해 겨우 수습한 일인데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들을 만드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