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이 휠체어에 있던 환자는 휠체어에서 떨어져 왼쪽 대퇴부 경부 골절상을 입었다. 약 7주의 치료가 필요한 부상이었다.
이때, 낙상에 대한 병원의 책임이 있을까. 간병인 고용은 환자와 간병인 관리 회사 사이의 계약이었다.
법원은 병원에 배상 책임이 없다고 봤다.
울산지방법원 제12민사부(재판장 한경근)는 최근 울산 A요양병원과 낙상 사고를 당한 환자와의 채무부존재확인, 손해배상 소송전에서 병원 측 손을 들어줬다. 환자 측은 이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했다.
환자 B씨는 A요양병원에 입원하면서 한 간병협회 소속 직원 C씨와 간병인 계약을 체결했다.
B씨는 입원 당시 낙상 위험평가 16점으로 낙상 고위험군으로 분류됐고, 치매 환자 중증도 평가에서 초기 중증의 인지장애 판정을 받았다.
문제는 간병인이 B씨를 휠체어에 태워 병원 병동 휴게실에 두고 다른 환자의 기저귀를 갈기 위해 병실로 들어갔을 때 생겼다. B씨가 바닥으로 떨어져 약 7주의 치료가 필요한 왼쪽 대퇴부 경부 골절상을 입은 것이다.
B씨 보호자는 "병원의 피용자 또는 이행보조자인 간병인이 낙상 고위험군 환자를 혼자 방치한 채 휠체어에 있는 낙상사고 방지 장치가 쉽게 풀리도록 해서 사고가 발생했다"며 "병원은 간병인 사용자 거나 병원의 이행보조자이기 때문에 간병인 과실로 입은 모든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A요양병원은 "낙상사고는 간병인 과실로 발생한 것"이라며 "병원은 간병인을 지휘 감독하는 지위에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A요양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간병인 약정서에는 병원 의료진 서명이 없었고, 환자가 진료비와 간병비도 따로 내고 있었다. 병원은 별도의 수수료를 받지도 않았다.
재판부는 "간병인은 보호자가 상주할 수 없을 때 환자 일상생활을 돕는 목적으로 이용하는데 A요양병원은 간병인 자격에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며 "환자나 보호자, 간병인 또는 간병인 관리 회사의 직접 계약으로 고용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요양병원은 환자와 보호자 편의를 위해 간병인 관리 회사나 간병인의 선정 및 해지, 간병비 수납, 치료비와 간병비 정산을 위임받아 처리할 뿐"이라며 "간병인 및 간병 업무에 대한 모든 지휘, 감독 권한은 간병인 관리 회사에 있다"고 선을 그었다.
병원에서 간호사의 '간병' 역할에 대한 개념도 정리했다. 간병인 업무가 입원 계약상 채무 내용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통상 한 명의 간호사가 수 명의 환자를 담당하는 의료 현실을 감안할 때 환자 상태가 악화돼 감시 관찰 정도가 특별히 증가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병원 진료에 부수적으로 수반돼야 하는 간호나 계속적인 환자 관찰 의무와 거동 보조 등의 의무까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