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술은 과학입니다. 수술은 할 때마다 도전이지만,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과학적 데이터를 가지고 임하기 때문에 실패할 것이라는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간이식 분야 세계 최고 명의인 서울아산병원 이승규 석좌교수 겸 아산의료원장(68)은 지난 21일 울산대학교 제8회 프레지덴셜 포럼 초청 강연에서 한국이 간이식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을 이같이 밝혔다.
이승규 원장은 이날 '한국의 간이식'(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지난 1992년 첫 간이식 수술 성공 이후 2011년부터 세계 최다인 연평균 400례씩, 지난해 6월 총 5000례를 달성하면서도 사망 및 후유증 사례가 없는 것은 환자에 대한 정보 등 정확한 데이터를 근거로 미리 계획하고 임상시험을 거쳐 진행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수술팀원과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가족애로 팀워크를 다지고 있는 것도 수술 성공 요인이며, 힘들어서 팀을 떠난 스태프는 한 명도 없었다고 소개했다.
간이식 선진국인 미국은 대부분 뇌사자 장기로 수술을 하는 반면, 이 원장은 살아있는 두 사람의 간을 절제해 하나의 건강한 간으로 만들어 이식하는 생체 간이식이다. 미국 ABC방송은 뇌사자 간이식보다 난이도가 높은 생체 간이식을 하면서도 97%의 성공률과 생존율이 1년 97%, 3년 89%, 5년 88.5%나 되는 이승규 원장 수술팀을 ‘한국의 드림팀’이라고 명명했다.
1950년대 한국 의사들에게 의술을 가르쳤던 미네소타대학병원 의료진도 이 수술법을 배우기 위해 지난해부터 서울아산병원을 찾는 등 이 원장이 개발한 생체 간이식 수술법이 아시아권은 물론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의료 선진국의 국제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승규 원장은 세계적 수준의 병원을 계획한 고 정주영 현대 창업자와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의 든든한 지원도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었던 큰 힘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다른 병원에서는 수술 장비 구입에 6개월이나 걸리는 데 반해 늦어도 한 달 안에 장비가 들어올 수 있도록 바로 승인해주는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오연천 울산대 총장은 총평을 통해 "제한된 정보와 선입견은 결정의 오류를 동반하는데, 원장님은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객관화하는 것이 임무를 성공으로 이끄는 원동력임을 보여주셨다"며 감사를 표시했다.
울산대학교 프레지덴셜 포럼은 오연천 총장이 대학의 발전적 운영방안 도출을 위해 교무위원, 단과대학장, 행정팀장 등 교직원 대표자들과 함께 저명인사를 초청해 위기극복 사례 등을 들으면서 토론하는 것으로 진행되는데, 이날 포럼에는 의예과 학생들도 참가해 의미를 더했다.
이승규 원장은 끝으로 "인생에서 목표를 설정한 뒤 달성 의지를 계속 되뇌면 생활자세가 달라지고, 어느새 목표에 다가설 수 있다"며 목표에 대한 각오를 생활화하기를 주문하는 것으로 강연을 마쳤다.